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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전 99패 1승' 고리롱의 파란만장 결혼생활

입력 : 2011-02-23 09:44:43 수정 : 2011-02-23 09: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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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로랜드 고릴라 부부는 날마다 싸웠다. 남편 고리롱은 불의의 사고로 발가락을 잃어 몸이 불편했다. 남편보다 15살이나 어린 부인 고리나는 젊고 활력 있었다.

몸이 성치 않은 남편은 부인이 다가서려하면 자신을 때리려 하는 줄 알고 이빨을 드러냈다. 이게 못마땅한 부인은 남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서울동물원 박현탁 주무관에 따르면 2004년 합사를 한 이래 어림잡아 100번 정도는 '부부싸움'이 벌어졌다. 이는 그나마 사육사들이 목격한 숫자인데, 실제로 싸움은 더 빈번했을 것이라고 한다.

성인 고릴라 한 마리의 완력은 인간 남성 8명의 힘과 맞먹는다. 서로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는 터라 늘 사육사들은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보통은 주먹을 날리거나 흙덩어리를 던지는 가벼운 충돌이었지만 감정이 격해지면 상대방을 물어뜯고 내동댕이치는 치열한 혈전도 벌어졌다고 박현탁 주무관은 전했다.

몸값만 10억원을 훌쩍 넘는 희귀종들의 2세를 만들기 위한 동물원측의 노력은 고릴라 부부의 불화 앞에서 번번이 좌절되고 말았다. 밤이면 각 방을 쓰게 된 것도 이 같은 사정 때문이었단다.

패배는 언제나 육체적으로 열세인 고리롱의 몫이었다. 관람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해온 고리롱은 기실 130㎏ 넘는, '매 맞는 남편'이었던 것이다.

연전연패의 늪에 빠졌던 고리롱은 지난해 전기를 맞았다. 서울동물원은 당시 추정나이 48세, 인간의 나이로 치면 80~90세에 달하는 고리롱의 체력을 강화시켜 마지막으로 2세 만들기에 돌입했다.

서울동물원은 지난해 2월부터 강남 차병원 비뇨기과 박정원 교수와 함께 고리롱의 체력을 강화시키는 특별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바나나 1㎏과 사과 1.3㎏, 닭 한 마리 등 하루 평균 10㎏이 넘는 특식을 먹어치우는 먹성 덕에 고리롱의 체력은 급속도로 강화됐단다.

지난해 11월초 로랜드 고릴라 부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대수롭지 않은 이유로 부부싸움을 시작했다. 그러나 싸움의 양상은 과거와 달랐다고 한다. 보통 때 같으면 도망치기 급급하던 고리롱이 돌연 '시금치 먹은 뽀빠이'처럼 괴력을 발휘해 고리나의 양팔을 꺾어버린 것이다.

부부싸움 7년 동안 계속되던 99패의 악순환을 끊은 1승이어서 사육사들조차 일제히 탄성을 내질렀다고 한다.

박정원 교수가 말하는 승리의 결정적 비결은 발기부전 치료제이다. 사람의 경우도 발기부전 치료제가 종종 체력을 급상승시키는 효과를 낳기도 하는데, 고리롱이 그 효과를 톡톡히 본 것 같다고 박정원 교수는 설명했다.

수컷의 우위가 확인된 이후 고릴라 사육장에서 부부싸움은 사라졌다. 하지만 동시에 2세 만들기 계획도 무산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맞았다.

고리롱은 올해 들어 급속히 체중이 감소하는 등 체력이 약해지더니 결국 18일 노환으로 마지막 숨결을 놓았다.

평생을 매 맞는 남편으로 살아온 고리롱은 단 한 번의 승리를 거둔 뒤 파란만장한 결혼생활을 마감한 것이다.

홀로 남겨진 고리나는 며칠새 남편의 부재를 실감하는 듯 하다고 한다. 박현탁 주무관은 "고리나가 우리 옆방에서 고리롱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을 의아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8년생인 고리나는 인간의 나이로 치면 이미 50대. 이대로라면 우리나라의 유일한 로랜드 고릴라로 한 생을 마감할지도 모른다. 아마도 요즘은 남편에게 당한 유일한 1패의 시절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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