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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취한 사람 괜히 건드렸다간…내버려 두는 게 상책”

입력 : 2010-12-25 13:13:35 수정 : 2010-12-25 13: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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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의 경찰서·지구대, 욕하고… 부수고… 밤마다 취객과 전쟁
가혹행위 비난 우려 강력 대처 못해…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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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거 놔! 아프단 말이야! 꺼져, 이 ××야!”

8일 0시20분쯤 서울 구로경찰서 정문에서 경찰관 두 명이 한 남자와 힘겨운 승강이를 벌이고 있었다. 술에 취한 듯 얼굴이 벌건 이 남자는 경찰에 양손을 잡힌 채 바닥에 주저앉아 아이가 떼쓰듯 연행을 거부했다. 옆에는 부인인 듯한 여성이 미안함과 창피함이 섞인 얼굴로 어찌할 줄을 모르고 서 있었다. 경찰이 남자를 끌고 경찰서로 들어가던 순간, 남자는 밖으로 나오던 한 경찰에게 발길질을 퍼부었다. 남자의 갑작스런 공격에 경찰은 배와 무릎을 얻어맞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어… 이러지 마요! 수갑 채울거야.” 경찰이 뜯어말렸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구로서 관계자는 “남자가 병원에 장모 병문안을 갔다가 술에 취해 경비원을 폭행했다”고 말했다.

“공무집행 방해 아니냐”는 질문에 경찰관은 “자해만 아니면 고맙다. 경찰서 안에서 피의자가 자해라도 했다간 가혹행위로 고소를 당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남자에게 폭행당한 경찰은 “힘들어서 저러는 건데 봐 줘야지. 어쩌겠어”라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2 21일 오후 11시쯤 서초경찰서 형사과. “이 미친 ××들아! ××, 너네가 뭘 알아.”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술에 취해 얼굴은 붉게 상기됐고 뺨에는 생채기가 나 있었다. “대한민국 경찰은 다 썩었어. 서비스 정신이 없다니까!”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 끌려왔다는 이 남자는 경찰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훈계를 늘어놓았다.

경찰들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훈계를 마친 남자는 화장실을 가겠다며 문 쪽으로 향했다. 경찰이 형사계 내 화장실을 안내하자 “××! 놓으라고. 내가 가겠다는데 네가 뭔데, ××이야”라며 욕을 했다.

경찰들은 “저런 술 취한 사람들은 그냥 내버려두는 게 상책이지. 괜히 건드렸다가 가혹행위를 했다느니 하면서 문제만 된다니까…”라고 힘없이 말했다.

경찰 공권력이 무기력해지고 있다.

광진서 한 형사는 “대부분 술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며 “일본은 술 마시고 범죄를 저지르면 특별법으로 가중처벌하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술 마셨다고 감경해 준다”고 토로했다.

이학영 경찰·소방공상자후원연합회 회장은 “공무집행방해죄가 미미해 실효성이 없다”며 “경찰들도 다치거나 맞은 것 자체를 밝혀봐야 소득이 없다고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를 제기하면 서류나 법정 출두 등 절차가 복잡하고 그 과정을 거치더라도 10명 중 1명 정도만 처벌받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2008년 8월 난동을 부리는 취객을 공공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내용의 ‘경찰관직무집행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통과는 불투명하다. 의료계는 취객이 병원에서 난동을 부릴 경우 다른 환자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입법을 반대하고 있다. 지자체는 인력난과 예산 문제를 들어 지원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2005년 발의된 비슷한 내용의 ‘주취자보호법’도 이 같은 논리로 입법이 불발됐다.

물론 공권력 추락은 경찰을 비롯한 경찰이 자초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며 공권력을 휘두르던 시절의 이미지가 아직 국민들 뇌리게 굳게 박혀 있는 탓이다. 양천서 고문사건처럼 경찰관의 인권침해 사례가 끊이질 않아 스스로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다.

경찰대 김영식 교수(경찰학)는 “범인 검거 등 정당한 공권력 집행 과정에서는 면책할 필요가 있다”며 “시민도 공권력이 흔들리면 피해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팀 societ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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