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옹위 주도 적임자…세대교체 주역으로 부상

◆사실상 2인자로 떠오른 김정은
당 대표자회를 하루 앞두고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은 김정은은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임됐다. 이에 대해 대북 소식통은 29일 “권력 승계를 위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 “선군정치 하에서 김정은이 군 통제력을 강화하는 단계적 조치를 밟는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당 중앙군사위는 김정은이 부위원장에 임명된 데다 인원도 6명에서 19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당 대표자회 결과를 전하면서 “인민군대 안의 당조직의 역할을 높일 데 대한 내용이 보충됐다”고 보도했다. 그간 국방위원회에 밀려 존재감이 없었던 당 중앙군사위가 김정은 체제에서 핵심 부서로 떠오를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당 중앙군사위 2인자 자리를 차지한 김정은은 앞으로 김 위원장을 상징적 자리로 추대한 뒤 군사위원장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 역시 아버지 김일성을 대원수로 추대하고 원수로 올라선 전례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은 북한이 강성대국에 진입하는 해로 명명한 2012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
◇南 바라보는 北 주민들 44년 만에 열린 북한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 후계구도가 공식화된 가운데 29일 경기 파주 비무장지대 내 판문점에서 노동당원으로 보이는 북한 주민들이 북한군 병사와 함께 남측 구역을 바라보고 있다. 판문점=연합뉴스 |
이번 대회에서는 예상대로 당 고위직이 대폭 교체됐다. 김정은 체제를 준비하기 위한 세대교체의 신호탄인 셈이다.
리영호 총참모장의 약진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다. 올해 68세로 김 위원장과 동갑인 리 총참모장은 이번 당 대표자회를 계기로 차수로 승진하고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임됐다. 이와 함께 김정은과 공동으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까지 오극렬, 조명록이 맡아온 군부 내 최고 실세 자리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전문가는 “김 위원장의 후계체제 당시 함께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라 후계자 옹위를 주도했던 오진우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성택과 함께 북한 내 2인자로 꼽혀왔던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이 빠진 점도 주목된다. 이번 대회에서 국방위 부위원장 리용무, 김영춘, 국방위원 우동측, 주규창 등이 당내 요직에 오른 데 반해 오극렬은 어떤 자리도 얻지 못했다.
‘후견 그룹’의 핵심인 장성택은 이번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등 요직에 중용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정치국 후보위원과 중앙군사위 위원에 임명되는 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장성택에 집중되는 권력을 분산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장성택의 수하로 알려진 문경덕이 비서국 비서로 선임된 점, 장성택의 최측근인 리영호·최룡해가 약진한 점에서 오히려 장성택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막후에서 후계체제 구축을 지원하는 길을 택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장성택에 의한 인사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