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북한에서 노동당 중앙군사위는 군사정책을 총괄하고 군을 지휘할 뿐 아니라 군수산업 조정권까지 행사하는 핵심 기구였으나, 국방위원회에 국가권력이 집중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하지만 이번에 김정은이 부위원장 자리에 앉으면서 중앙군사위는 후계구도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에게 당의 중심 역할을 주고, 당을 기반으로 권력 외연을 넓혀가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전망이 현실이 된 셈이다.
이는 결국 북한 사회에서 군의 위상과 역할이 상당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김정은이 후계구도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군의 지지와 통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이번 당 대표자회에 앞서 대장 칭호를 받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이와 관련해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김정은과 함께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것이 주목된다. 군 경험과 인맥이 부족한 김정은을 가까이서 보좌토록 한 것이다. 또 중앙군사위는 전면에 포진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각군 사령관 외에도 군수산업 총괄책임자인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수석부부장, 김경옥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이 배치되면서 사실상의 후견 그룹 진용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이 같은 자리 배치는 김정은의 나이와 일천한 경험 등을 고려할 때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다. 원로들이 포진한 정치국 등에 자리를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대신 중앙군사위를 통해 군 장악력을 높이는 방법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사실상 김정일 다음 가는 최고 자리”라면서 “당과 군에서의 실권을 장악할 하나의 발판을 마련해줬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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