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10명씩의 스파이를 교환한다는데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미국은 뉴욕에서 사업가로 위장한 미녀 스파이 애나 채프먼을 비롯해 이번에 10명의 러시아인들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
또 러시아에는 현재 10명의 미국인들이 스파이 혐의로 수감돼 있다. 이들 중에는 러시아에서 미국에 군사 기밀을 넘겨준 혐의로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군축 전문가 이고르 스티아긴이 포함돼 있다. 그는 8일 중 석방될 예정이라고 러시아와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수티아긴은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미국·캐나다 분과장을 지낸 핵 과학자이다. 그는 지난 2004년에 서방 측에 러시아의 핵 잠수함 등과 관련된 기밀 사항을 전달한 혐의로 수감됐었다.
미국은 이번에 기소한 10명의 러시아 스파이들이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하는 절차를 밟도록 할 예정이다. 러시아측도 미국인들도 스파이 혐의를 우선 인정해야 미국으로 보낼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 또는 미국의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혐의 사실을 끝내 인정하지 않으면 스파이 맞교환이 성사되기 어렵게 된다.
미국과 러시아가 스파이를 맞교환하게 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도 정치적인 부담을 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스파이 사건 재판에는 수개월 또는 몇 년이 걸릴 수 있으며 이 사건이 장기화되면 미국과 러시아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지만 스파이 혐의를 인정하는데 따른 부담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티아긴은 그동안 무죄를 주장해왔으며 러시아에서 인권 탄압을 받는 상징적인 인물로 부각됐었다. 수티아긴은 이미 자신의 간첩 혐의를 인정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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