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중국과 정상회담을 통해 6자회담과 관련해 전향적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으며 5월부터 '춘궁기'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북중간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천안함 사건 국면전환 노린듯"
전문가들은 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 엑스포 개막식에 북한의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지 사흘 만에 다시 북한의 실질적 통치자인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한 점에 주목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북한 연루설로 분위기가 쏠리고 국제사회의 압박이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이 반전을 노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최근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중국의 입장을 북한에서 심각하게 판단하지 않았나 싶다"며 "이번 방중도 중국의 태도를 북한에 유리하게 가져가는 것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상하이 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만나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북한의 의혹을 강하게 암시하면서 중국의 협조를 구한 것이 김 위원장에게 전격 방중의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지금 김 위원장이 갈 상황이 아닌데도 간 것은 천안함 사건의 진상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중국에 김 위원장이 북한의 입장을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며 "천안함 사건이라는 변수가 6자회담 재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상황도 이번 방중에 한몫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6자회담 전향적 결과 기대"
김정일 위원장이 이번 방중을 통해 6자회담 재개 의지를 강하게 내보이고,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도 6자회담 재개의 모멘텀을 되살리는데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김용현 교수는 "이번 방중으로 당장 6자회담이 재개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6자회담 재개 분위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와 발맞춰 북한이 유화적 제스처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일단 6자회담 재개와 천안함 사건을 분리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북한도 이런 움직임에 편승해 6자회담 복귀 의지를 밝히고, 그 재개 시점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일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희옥 교수는 "현재 중국은 6자회담과 천안함 사건을 연계하지 않고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북한도 중국이 천안함 사건으로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도록 '사전양해'를 구하는 대신 6자회담과 관련해 과거와 달리 양보하는 자세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북중 경제협력 강화"
북한은 올해 100만t 정도 식량이 부족해 중국의 식량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 북한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도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전체 교역량의 75%나 된다.
김용현 교수는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중국과 경제협력을 국내외에 과시함으로써 내부적으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약화시키고, 대외적으로 남한의 도움이 아니어도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희옥 교수는 "앞으로 중국이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움직임에 동참하게 되면 북한은 더이상 기댈 곳이 없게 된다"며 "북한은 이번 방중으로 그런 어려움에 봉착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나아가 지난 2000년부터 진행된 중국의 동북 3성 개발과 북중 경협을 연계하는 데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면 중국도 '북중 경협의 심화'로 화답할 수 있다"며 "북한으로서는 작년 10월 원자바오 중국총리의 평양 방문 이후 라선 특별시 개발 등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해외투자유치에 공을 들여온 만큼 이번에 중국의 경제 지원을 확실히 받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은 중국에 자신들의 체제 유지 버팀목이 돼 달라며 경제원조를 요청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북한을 과거처럼 혈맹차원이 아닌 '국가 대 국가' 차원으로 대하고 있는 중국은 당장 대규모 지원을 하기보다, 경제원조를 대북 지렛대로 적절히 활용하면서 단계적으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