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서
곽경택 감독님은 워낙 부산에서 유명하시지요. 또 형과(추신수 선수) 같은 고등학교 동문에다, 야구 팬이세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형과 감독님은 친분을 쌓게 돼서 가끔 식사도 하는 사이였습니다. 어느 날 두 분이 만나는 자리에 저도 데려가 달라고 형에게 부탁을 했어요. 그렇게 나간 자리에 인사를 드리고 함께 얘기를 나누다가 감독님께서 드라마 ‘친구’ 오디션 이야기를 하시길래 전 기다렸다는 듯이 꼭 나가겠다고 말씀드렸죠.
사실 전 그 때 뮤지컬 ‘명성황후’ 지방 공연 중이라 시간적인 여유가 거의 없었지만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서울로 올라와 대본을 찾아 혼자 연습하면서 오디션 준비를 했어요. 비록 오디션의 기회는 인맥으로 잡았어도,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절대 뽑을리는 없다는 생각이 컸죠. 정말 열심히 준비했었어요. 부끄럽고 싶지 않았거든요. 합격되고 나서도 긴장의 끊을 풀지 않고서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직 곽경택 감독님이 어떤 분이신지 감히 제가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솔직한 것을 좋아하시고 배우의 역량을 끌어올리시는 능력이 탁월하세요. 촬영하시는 내내 저에게 마음에 안정이 되는 말씀을 해주셔서 덕분에 잘해 나갔던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 ①추민기 "나의 형 추신수…배우로 꼭 성공할게요"
드라마 찍을 당시 극중 중호(이시언 분) 형이 저를 많이 챙겨주셨어요. 전 소속사도 없었고 누구 하나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을 때였는데 시언이 형이 장소를 이동할 때 항상 같이 가자며 차에 태워주시고 감사했죠. 밥도 같이 먹자며 먼서 손을 내밀어 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그리고 제가 연기했던 부분을 모니터링도 해주시고, 때때로 잠도 재워주시고. 시언이형 덕분에 좋은 추억을 남겼던 것 같아요.
드라마 출연 후 길거리에서 저를 가끔 알아보시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처음으로 알아보신 분을 기억해요. 우리 집 앞에 휴대폰 대리점이 있는데 거기서 휴대폰을 사는 중에 일하시는 분이 ‘혹시, 드라마 '친구'에 나오신 분 아닌가요?’라고 물어 보시더라고요. 전 너무 반가워서 맞다고 했죠. 입은 귀에 걸려 있었을거예요.(웃음)
처음에 막 연기를 시작했을 때 친구들 사이에선 모임에 나가면 "이야~연예인아이가?"하면서 주목을 받았어요. 너무 고마운 친구들이죠. 인터넷 포털에 내 이름 쳐봤자 별거 나오지도 않는데 하루에 한 번씩 꼭 내 이름 쳐보는 친구도 있고, 주위 사람들에게 제 자랑을 늘어 놓는 친구도 있지요. 객지에서 고생한다고 부산 갈 때마다 밥 사주는 친구, 술 사주는 친구….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미 친구들이 많이 알아봐 줘서 그걸로 전 뿌듯했어요.
전 많은 사람들이 성격을 한 눈에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외향적인 성격에 다혈질이기도 하고 호불호가 강해요. 좋아하는 사람은 한없이 잘 대해주지만 싫은 사람하고는 말도 하기 싫어하는 성격이에요. 감정 기복도 심해서 신나게 웃다가도 갑자기 우울해 지기도하고 화내다가도 갑자기 화도 풀리고…. 제 성격을 이렇게 잘 알다보니 단점과 장점을 적절히 섞어서 대인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혼자 어디든 돌아다니면서 사람 구경하는 것이 가장 큰 취미이기도 하지요. 집에서 하루 종일 뒹굴거리며 게임하고 음악듣고 영화보는 것도 큰 낙이에요. 친구들하고 전화통화 하면서 수다떨고 인터넷에 올라온 레시피 보고 요리도 만들어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어찌 보면 집을 좋아하는 가정적인 남자인 것 같습니다.(웃음)
많은 분들이 ‘보통 형제나 자매는 비슷한 행보를 걷기 마련인데, 추신수 선수처럼 운동하진 않았느냐’는 질문을 가끔 하세요. 전 그림 그리는 것을 더 좋아했어요. 구기 종목보다는 권투나 격투기를 좋아했구요. 사실 운동이라기보다 친구들하고 어울려 노는 것을 더 좋아했지요. 조금 컸을 때는 연기자에 대한 꿈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집에서 형이 푸쉬업이나 개인 운동을 할 때면 옆에서 알짱거리면서 같이 했던 기억도 나네요. 형하고는 어릴 때부터 싸운 적이 거의 없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까불다가 한 대 얻어터지고 그 이후에는 절대 안 까불었던 것 같아요. 아, 이 사람은 내가 이길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겠죠?(웃음)
저는 국내 배우 중에 안내상 선배님을 좋아합니다. 최근 KBS '수상한 삼형제'에 출연 중이시지요. 예전부터 자주 그분의 작품을 봤었는데요, 뭔가 특별하지 않으면서 특별한 그분만의 매력이 있다고 할까요. 그러다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을 보고 한눈에 반했죠.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기. ‘정말 저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라고 느껴질 만큼 인간적이고 진실된 연기를 하시는 것 같아요. 특히 극중 조강지처인 화신(오현경 분)에게 비오는 날 울면서 얘기하는 장면은 최고의 명장면이었습니다.
외국배우 중엔 ‘짐 캐리’를 중학교 때부터 좋아하고 동경했어요. '에이스 벤츄라'를 스무 번도 넘게 보면서 그 배우의 장난치는 제스쳐나 표정을 거울을 보며 혼자 따라 하고 친구에게 보여주고 놀았었지요. 어릴 땐 몰랐는데 그 배우가 코믹배우긴 하지만 멜로나 드라마에도 상당히 강한 몰입감을 느끼게 해주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그 배우를 롤모델로 생각하고 지내왔던 것 같아요. 제 평소 생활 모습에도 그 배우를 따라하던 것들이 지금도 배어있는 것 같습니다.
꼭 맡고 싶은 캐릭터는 ‘사이코 패스’ 역이에요. 겉으론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지만 어떠한 특정 상황이나 사람 앞에선 자기도 모르게 내면의 악한 심리가 발동해 악한 행동을 보이는 캐릭터죠. 정말 모든 사람이 돌을 던질만한 비열한 캐릭터요.(웃음) 예전에 같이 연극 공연했던 형이 그러시더라고요. 악한 캐릭터를 하고 싶으면 착하게 살라구요. 마음이 착한사람이 악한사람의 연기도 잘 할 수 있다고.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긴 해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좋은 연기라 말하기 힘들테니까요. 멋진 연기로, 멋진 배역으로 앞으로 발전하는 모습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글=추민기
/ 정리=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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