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이하 신불사)의 시작은 화려했다. 송일국, 한채영, 김민종, 한고은, 유인영, 조진웅 등의 화려한 주연 출연진에 백일섭, 정한용, 이재용, 정동환, 김용건, 추자현 등 막강한 조연진들까지 포진했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어 국내 드라마 최초로 하와이 로케이션 촬영까지 마쳤다.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故 박봉성 화백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는 것이다. 1996년 1권을 시작으로 한 '신불사'는 15년이 다 되어 5부까지 200여권이 넘어간 아직까지도 열혈 팬들을 보유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작 이외에 발간된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비하인드 스토리' 역시 100권이 넘어갔지만 그 인기는 여전했다. 원작 만화가 한창 인기를 끌 때 만화 팬들은 영상으로 옮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분량은 물론 스토리까지도 워낙 스케일이 커 사실상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제작 소식이 알려지고 방영 일정이 잡힌 드라마 '신불사'는 초반부터 추정할 수 없는 원작 만화의 팬들을 안고갈 수 있다는 이점을 안고 있었다.
3월6일 첫 방송된 '신불사'의 시청률은 15.8%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첫 회치고는 나쁜 시청률은 아니었지만, 시청자 게시판은 원작 만화 팬들의 혹평이 이어졌다. 원작을 넘어서는 것은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적어도 유사하거나 아니면 아예 '신불사'의 이름만 차용한 아예 다른 내용의 드라마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던 팬들은 강한 실망감을 표출했다. 물론 여기에는 컴퓨터 그래픽의 유치함 등도 한 몫 하긴 했지만, 원작에 충실하지 못한 내용과 캐릭터에 대한 비판이 더 컸다.( [관련기사] [WE+ 1/2②] '신불사' 드라마로만 보니…)
이는 현실적인 수치로 돌아왔다. 7일 2회 방송은 14.5%로 떨어지더니 13일 3회는 12.4%, 14일 4회 11.4%로 한 단계씩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대박 드라마'로 기대를 모았던 '신불사'가 한순간에 두자리수 시청률을 지킬 수 있는 지에 대한 위기감마저 느끼게되는 상황으로 변했다. 여기에 원작과 비교해 실망했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은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이름·명칭 등은 그대로나 원작과는 다소 달라
드라마는 원작과 얼마나 다를까. 최강타 (피터팬), 진보배, 비비안, 장호, 캐슬사 등의 만화 속 인물이나 회사 명칭은 그대로 사용되거나, 장용 회장 일행이 최강타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게 되는 상황은 만화와 비슷하나 그 이외 상황들은 만화와 전혀 다르게 제작됐다.
우선 최강타 (송일국 분)의 아버지가 죽음에 이르게 된 경위와 이를 최강타가 인지하게 된 상황이 다르다. 원작은 장용 (정한용 분) 회장을 비롯해 3명의 친구가 월남전 저격수였던 최강타의 아버지 최해룡을 마약 탈취에 끌여들인 후, 배신해 결국 폐병으로 유치장에서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그러나 드라마 상에서는 4명의 사내가 마약과 관련해 자신들의 편에 끌어들이려 했던 경찰관 최해룡을 섭외하지 못하자 죽이게 되고, 이를 최강타가 직접 목격하게 된다.
또한 인물이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기존의 인물 캐릭터가 변형된 것도 눈에 띈다. 최강타의 연인이자 결국은 결혼까지 이르게 되는 진보배 (한채영 분)의 경우 만화에서는 사무실 폭하 사건 현장에서 최강타와 우연히 만나면서 천천히 사랑을 하게 되는 인물로 최강타 이외에는 다른 인물들과는 인연이 없다. 그러나 드라마 상에서는 장용 회장의 사생아로 나오며 비비안의 질투 대상으로 떠오른다.
황달수 회장의 아들이자 국정원의 브레인으로 나오는 황우현 (김민종 분)은 원작 상에서 낮은 비중으로 나왔으며 국정원과도 상관이 없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최강타의 라이벌로 창조된다.
비비안(한고은)의 캐릭터 역시 원작과 다르다. 최강타의 말을 따르고 최강타를 사랑하는 것은 맞지만, 진보배에 대한 질투로 새로운 캐릭터인 황우현과 손을 잡는 등 최강타를 배신하게 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만화에서 진보배를 인정하고 따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용비그룹 장용의 딸 장미(유인영)과 장호(조진웅)의 비중이 커진 것도 만화와 다른 점이다.
기본 골격이 원작 '신불사' 1부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최강타의 주요 무대가 해외가 아닌 국내라는 점도 차이점이다. 문제는 이같은 차이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캐릭터들이 원작과 비교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원작에서의 최강타는 늘 무게만 잡는 것이 아니라 위트있으면서도 편안한 모습을 선보인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송일국은 잔뜩 무게만 잡을 뿐, 원작의 맛이 사라졌다. 일부에서는 원작에서 20대 중반의 꽃미남으로 설정된 최강타를 40살의 송일국의 이미지에서 찾는 것이 애시당초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한 많은 부하들을 거느리며 스케일 큰 조직의 면모를 보이며 진행되는 원작과는 달리 드라마는 송일국을 비롯해 기껏 3~4명의 조직원들만 보일 뿐이다.
빠른 전개와 화려함 기반 스토리 라인 부족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설정된 비비안 역의 한고은은 원작과의 차이를 절실히 느끼게 하는 캐릭터다. 원작에서 섹시미보다는 도도함과 능숙한 일처리를 선보이는 것과 달리 드라마에서의 한고은은 그저 섹시미만을 무기로 일을 처리한다. 또 송일국의 아지트에서 보이는 모습은 어색하기까지하다. 외국인임을 의도적으로 내세우려고 하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어설픈 발음은 여전히 한고은이 극복해야할 부분임과 동시에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주요인물들 중에서 그나마 원작에 비해 비중이 높아지면서 변신해 캐릭터를 살린 인물은 한채영 뿐이다. 도리어 송일국의 제거대상으로 나오는 회장 역할의 조연들은 원작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사건의 연관성이 다소 느슨한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원작이 보여주는 빠른 전개와 화려함을 기반으로 하는 스토리가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출을 맡은 이형선 피디는 '신불사' 제작발표회에서 "사실 어느 만화나 드라마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만화적 리얼리티와 드라마 리얼리티가 다르기 때문이다. 만화가 폭력이나 섹스가 강한 하드보일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지상파에서는 이를 보여줄 수 없다. 우리는 개연성은 양보를 하더라도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자기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는 이야기를 시원하게 만들어 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원작 팬들이 게시판 등을 통해 '신불사'에 바라는 것은 원작과의 똑같게 만들어달라는 것이기보다는 원작에 '충실'하거나, 아니면 아예 '원작'과 다른 방향으로 재미를 주기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나 4회까지 시청자들과 만난 '신불사'는 원작을 '어설프게' 흉내내고 있다. 원작을 기반으로 하지만, 원작에 기대는 것이 아닌 '드라마'로서 '신불사'로 방향을 잡는 것이 원작 팬들의 비판으로부터 그나마 자유로울 수 있다.
사진=MBC, 봉성닷컴
/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블로그 http://back-enter.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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