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실종 신고를 받은 당일 이 양 집 주변만 제대로 수색했어도 이 양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거나 최소한 이번 사건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14일 경찰 수사본부에 따르면 이 양은 지난달 24일 오후 7시 이후 부산 사상구 덕포동 자신의 집에 혼자 있다 납치됐고, 오후 10시50분께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시력이 나쁜(왼쪽 0.2, 오른쪽 0.5) 이 양이 안경은 물론 휴대전화기도 놓고 집에서 사려졌고, 집 화장실 바닥에서 외부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운동화 발자국 3~4점이 발견됐는데도 경찰의 본격적인 수색은 다음날 아침부터 이뤄졌다.
납치보다는 가출 등 단순한 실종사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 탓이다.
그런데 이 양 납치살해 피의자인 김길태(33)는 지난달 24일 부산 사상구 덕포동의 빈 집(무당집)에서 자다 알몸으로 숨져 있는 이 양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김은 또 이 양의 시신을 근처 파란 집으로 옮긴 뒤 옆집 옥상 보일러 물통에 버리고 달아났으며 이후 친구들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이 교도소 복역 동기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한 것은 다음 날 새벽 0시26분께부터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 양은 납치 당일 밤 성폭행당하고, 살해된 뒤 버려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게다가 무당집은 이 양의 집에서 불과 50여m 떨어져 있고, 무당집에서 나와 좁은 골목만 지나면 파란 집이 있으며 이 양의 시신이 버려진 곳은 파란 집과 붙어 있다.
이 양이 납치된 날 반경 50m 안에서 모든 범행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경찰이 실종 신고를 받은 즉시 이 양의 집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다만 이 양 실종사건을 공개수사(2월27일)하고, 김길태를 공개수배(3월2일)한 것이나 지난 3일 김을 눈앞에서 놓친 것이 이 양을 숨지게 한 것은 아닌가 우려해온 경찰은 이 양의 사망시점이 납치 직후로 압축되자 마음의 부담을 어느 정도 더는 듯한 분위기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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