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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 이후 모르쇠 일관하다 4일 만에 심경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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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3-15 02:34:59 수정 : 2010-03-15 02: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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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양성반응’ 결과 들이대자 “모든 것 말하겠다”
李양 집 안방 사진 보는 순간 뇌파 급격한 변화
“술 취해 자고 일어나 보니…” 살해과정 진술 회피
지난 10일 경찰에 검거된 이후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범행을 강하게 부인하던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33)가 14일 갑자기 이모(13)양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시인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길태는 이날 오전 실시한 거짓말탐지기 조사와 뇌파검사 이후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고, 결국 이 같은 사실을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두 검사 결과에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경찰은 그동안 김길태의 입을 열기 위해 성폭행 증거인 DNA 분석 결과로 압박하고,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는 등 총력전을 펼쳐왔다.

김길태가 이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아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데 애를 먹었다.

경찰의 다양한 전략에도 그는 지난 10일 검거 이후 줄곧 “이양을 모른다. 법대로 하라”며 입을 굳게 닫아 수사가 손쉬울 것으로 예상했던 수사관들의 애를 태운 것이다.

그래서 경찰은 이날 그를 대상으로 거짓말탐지기 조사와 뇌파검사를 전격 실시했다. 김길태는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살해장소 한 곳의 사진을 보여주자 태연하게 “모른다”고 답했지만 ‘양성반응(거짓)’이 나타났다. 특히 그는 피해자 이양 안방의 사진을 보는 순간 뇌파가 급격한 변동 사이클을 그렸다.

거짓말탐지기 조사가 완료된 뒤 수사본부 프로파일러가 양성반응 증거를 들이대며 압박해 들어가자 그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는지 “모든 것을 말하겠다”며 경찰 조사관을 불러줄 것을 요청했다.

경찰은 특히 그가 이양이 실종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만취해 안양교도소 수감 동기 김모(33)씨에게 8통의 전화를 거는 등 이날 하루에만 3∼4명에게 모두 21차례 전화를 건 것을 확인, 범죄 일부 사실 자백을 받아내는 데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털어놓은 시신 수습장소는 그동안 경찰이 지목하고 있던 유력한 용의장소 중 한 곳이었다. 이양이 살던 다세대주택 옆에 붙어 있는 또 다른 다세대주택 안에 위치한 빈집(무속인 집)이었다. 경찰은 이곳에서 확보한 라면봉지에서 이미 그의 지문을 채취했었다.

그는 지난달 24일 이곳에서 이양의 시신을 전기매트 가방에 넣어 인근 최모(66)씨 집 뒤편으로 옮긴 뒤 보일러용 물탱크 속에 유기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는 그러나 “술에 만취해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옆에 벌거벗은 이양이 숨져 있었다”며 교묘하게 성폭행 및 살해과정을 시인하지 않았다.

수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피의자의 경우 점차 합리적인 언행을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에 모든 것을 자백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프로파일러의 분석”이라며 “거짓말탐지기의 정확한 반응에 비정상적으로 강했던 자기 방어기제(防禦機制)가 무너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오래 버티지 못하고 살해과정도 털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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