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수론 첫 빙속서 메달 2개
데이비스 막판 스퍼트에 아쉽게 밀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냈던 모태범은 18일(한국시간) 열린 1000m에서도 은메달을 추가했다. ‘흑색탄환’ 샤니 데이비스(미국·1분08초94)에 불과 0.18초 뒤지는 좋은 성적으로 아쉽게 2위를 차지한 것이다.
비록 아시아 출신으로 첫 2관왕은 놓쳤지만 한국 빙속의 역사를 바꾼 값진 은메달이다.
‘신세대 스프린터’ 모태범은 이로써 한국 선수로는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2개의 메달을 따내며 세계 빙판의 강자로 우뚝 섰다. 한국이 강세를 보여온 쇼트트랙에서는 전이경 SBS 해설위원이 현역 때 여자부 4관왕에 오르는 등 다관왕이 적지 않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에서 2개 이상의 메달을 따낸 것은 모태범이 처음이다.
모태범이 500m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그의 주종목은 1000m다. 그래서 더욱 기대됐다. 이 종목 세계랭킹 2위에 올라 있는 모태범은 16조로 경기에 나섰다. 다소 불리한 아웃코스에서 출발했지만 초반 200m 기록은 16초39로 가장 빨랐다. 600m 역시 41초75로 통과하며 우승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초반 페이스를 끝까지 지키며 역주를 거듭한 모태범은 1분09초12로 중간 순위 1위에 올랐다. 또 하나의 금메달이 눈앞에 보였다. 이제 마지막 남은 한 개조. 이 조에는 세계기록 보유자인 미국의 ‘흑색 탄환’ 샤니 데이비스가 버티고 있었다.
토리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데이비스는 16일 500m에서 1차시기를 마친 뒤 여의치 않자 2차 시기를 포기하며 주종목인 1000m에 대비했다. 데이비스는 레이스 내내 모태범에게 뒤졌지만 특유의 막판 스퍼트로 질풍처럼 달리며 결국 1분08초94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0.18초 차로 모태범이 다 잡았던 금메달을 놓친 것이다.
체격과 체력이 뛰어난 서양 선수들이 메달을 독식한 스피드스케이팅에서 2개의 메달을 따낸 아시아 선수는 남녀 통틀어 단 2명에 불과하다. 스피드스케이팅 아시아 첫 금메달리스트인 1m62의 ‘작은 거인’ 시미즈 히로야스(일본)가 1998년 나가노올림픽 남자 500m에서 금메달, 10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 500m에서 은메달을 추가했다. 또 중국 여자 선수인 예차오보가 알베르빌 대회에서 500m와 1000m에서 은메달을 2개 따낸 바 있다.
모태범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21일 열리는 1500m에서도 메달을 따내 3개의 메달을 품에 반드시 안겠다고 강조했다. 동계 올림픽에 첫 출전한 모태범이 아직 21세의 젊은 나이임을 고려하면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을 넘어 2018년 올림픽까지 롱런해 아시아인 최다 메달리스트가 될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박병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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