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m 낭떠러지 추락 차체 대파… 현장 ‘아비규환’ 16일 31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경주시 현곡면 남사리 남사재 관광버스 추락 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특히 피해자 모두 경주의 같은 경로당에 다니는 70대 이상 노인들로, 온천관광을 끝내고 돌아오던 길이어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사고 어떻게 일어났나=이날 오후 5시40분쯤 경북 경주시 현곡면 남사리 남사재 주변 왕복 2차로에서 승객 등 31명을 태우고 경주 방향으로 달리던 관광버스(운전사 권모·56·대구 달성군)가 30여m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사고 지역인 남사재는 운전자들에게는 ‘마의 구간’으로 꼽히는 곳이다. 내리막이 워낙 심한 데다 도로 형태가 S자라서 평소에도 과속으로 인한 사고가 잦아 운전자들은 항상 ‘곡예운전’을 해야 할 정도다.
인근 주민은 “도로 옆 경사면이 가파르고 위험한 구간이라 항상 조심해서 운전하는 곳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사고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은 일단 운전자의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도로에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생긴 타이어 자국(스키드마크)이 선명해 경찰은 기어 변속을 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참혹한 사고 현장=경사 40도 정도의 낭떠러지 30여m 아래로 떨어진 버스는 나무에 걸려 위태위태했다. 구조대가 크레인을 동원해 버스를 안전하게 고정하지 않았더라면 금방이라도 추락할 듯한 상황이었다. 사고 버스는 대구에 등록된 차량으로 버스 윗부분 3분의 1가량이 찌그러지면서 아래로 내려앉았고 앞뒤 범퍼가 모두 떨어져 나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한 구조대원은 “버스가 절벽으로 떨어지면서 몇 바퀴 구른 것 같다”면서 “버스가 심하게 찌그러지고 내부 좌석도 뜯겨졌다”고 전했다.
버스가 구르면서 절벽의 나무 10여그루가 송두리째 뽑혔고, 버스 주변에는 옷가지와 손가방 등이 흩어져 있었다. 버스 좌석도 밖으로 튕겨져 나오고 깨진 유리가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 사고 당시 참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다른 구조대원은 “부상자 서너 명은 버스 밖으로 튕겨져 나와 있었다”고 말했다.
구조대는 버스 차체를 절단하고 내부의 찌그러진 부분을 펴면서 구조작업을 진행했지만 차량 내부에 끼인 부상자를 구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주민은 구조대가 사상자를 옮기는 데 쓰도록 담요 등을 가져와 구조작업을 도왔다.
◆절규하는 유림마을=이번 사고로 경주시 황성동 유림마을은 마을 전체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특히 경주에서는 지금까지 한 동네에서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참변을 당한 사례가 없어 주민들에게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유림마을은 황성동의 자연부락으로 원래는 100여가구가 살았지만 아파트 부지 매입으로 주민들이 대부분 마을을 떠나 지금은 20여가구가 살고 있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노인들은 대부분 유림마을의 노인들이며 인근 아파트 주민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망자나 부상자 중에 부부가 한꺼번에 변을 당한 경우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황성동 안국찬(60) 통장은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갔는데 승객 대부분이 사망자처럼 실려 나와 참혹했다”며 “친척과 이웃분들이 돌아가셔서 경황이 없고 침통하다”고 말했다.
경주=장영태 기자, 연합뉴스 3678j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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