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으로 A종합병원을 4차례 방문한 B씨는 처음 방문했을 때 통증클리닉의 선택진료의사를 선택했다. 나중에 B씨는 진료비 영수증에서 본인이 진료의사를 선택하지도 않은 조직형검사, 단순촬영에서 선택진료비가 빠져나간 것을 알게 됐다.
이런 사실을 병원측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문제를 제기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선택진료의 부당성을 인정, 병원측에 B씨에 대한 진료비 환급을 통보했다.
대형 종합병원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환자들에게 선택진료비를 부당 징수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주진료과의 선택진료를 신청하면 환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진료지원과에도 자동으로 선택진료를 적용하는 종합병원들의 관행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 부당 행위라고 판단했다.
대형 종합병원이 제약회사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받는 행위도 대가성이 있다며 제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대형 병원에 과징금 30억원 부과
공정위는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가천길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수원아주대병원, 고대안암병원 등 8개 종합병원의 선택진료비 부당징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0억4천만 원을 부과했다.
이들은 주진료과에서 선택진료 신청 환자에게 진료지원과의 선택진료를 자동 적용할 수 있도록 약정하거나 아무런 약정 없이 진료지원과에 선택진료를 적용하고 환자에게 부당 징수했다.
선택진료란 환자가 특정의사를 선택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일반진료비용의 20~100%에 해당하는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영상진단, 병리검사, 방사선, 마취, 정신요법 등 주진료과의 진료를 지원하는 과에 선택진료를 적용해도 25~100%의 추가비용을 환자가 부담하게 된다.
종합병원들은 의료법상 선택진료 자격이 없는 의사 등 비적격자의 진료에 대해서도 선택진료비 징수했다.
임상강사, 전임강사, 임상조교수 등 자격이 없는 의사를 통해 선택진료를 수행하거나 심지어 국외연수로 실제 진료가 불가능한 의사를 지정해 선택진료를 적용하기도 했다.
8개 병원이 이 같은 방식으로 2005년부터 작년 6월까지 부당 징수한 선택진료비는 3천310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선택진료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한국소비자원과 연계해 집단분쟁조정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50인 이상의 소비자가 비슷한 유형으로 피해를 본 경우 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반면 소비자 집단분쟁조정은 신속하고 실질적인 금전보상도 가능하다.
◇"제약사 병원 기부도 대가성 있다"
종합병원들이 진료비 외에 치료재료비를 환자에게 중복 징수하는 행위도 위법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삼성서울과 수원아주대병원은 별도 비용산정이 불가능해 그 비용을 진료비에 포함시켜 건강보험공단이나 환자로부터 받게 돼 있는 치료재료에 대해 진료비와 별개로 환자에게 징수해왔다.
공정위는 진료행위수가에 반영되는 치료재료는 중복적으로 공단 또는 환자에게 청구할 수 없다며 선택진료비 및 치료재료비 부당 징수행위는 모두 공정거래법에서 명시한 거래상지위남용행위 중 불이익제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형 종합병원은 환자와 의사간 정보의 비대칭성, 환자의 병원 및 의사 선택 제약 등의 특성으로 환자보다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본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한 7개 종합병원이 직접 또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 대학, 재단 등을 통해 제약회사로부터 기부금을 수령한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제약사로부터 총 600억 원의 기부금을 수령했다.
공정위는 리베이트와 기부금 모두 대가성이 전제돼 있다는 점에서 그 성격이 유사하나 취득 규모, 대상, 방식 등에서 병원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생회관이나 병원연수원 등 건물건립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제약사 등으로부터 대규모로 수령한 기부금은 순수성이 약한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하고 있다.
예컨대 가톨릭학원은 서울성모병원 및 성의회관 신축 등을 위해 229억 원의 기부금을 받았고, 연세대는 신촌세브란스 병원연수원 부지매입 및 영동세브란스 병원 증축 경비 등 명목으로 163억 원 수령했다.
공정위는 경영여건이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지만 높은 사회윤리가 요구되는 대형 종합병원의 건전하지 못한 의료수익 추구행위는 앞으로 상당부분 정화될 것이라며 이는 가계의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구조 개선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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