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핵무기 하면 플루토늄(PU239)을 이용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지만 보다 파괴력이 큰 핵무기 개발의 핵심자원이 바로 농축 우라늄(U235)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핵무기는 제조원료에 따라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으로 나뉜다. 미국이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뜨린 핵폭탄이 플루토늄탄, 히로시마에 투하한 핵폭탄이 우라늄탄이었다.
플루토늄탄은 천연상태의 우라늄을 정제해 플루토늄이 함유된 핵연료봉을 만들고 이를 다시 재처리(reprecessing)해 핵무기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우라늄탄은 천연 우라늄을 정제해 그 속에 포함된 원소 U235의 비율을 90% 이상 농축시켜 만든다. 이때 3∼5%로 농축한 것이 통상 경수로 원료로 쓰이는 저농축 우라늄이고 90% 이상으로 농축하면 핵무기에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이 된다.
북한이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의 방북 당시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고농축 우라늄(HEU.Highly Enriched Uranium)이 이에 해당한다.
우라늄 농축은 원심분리법, 기체확산법, 레이저분리법, 화학교환법, 전자분리법 등 다양한 공정방식이 있으며 북한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은 원심분리법이다. 마치 세탁기를 돌리듯이 원통 속에서 가스상태의 육불화우라늄(UF6)을 고속회전시켜 원심력을 이용해 U235를 분리하는 방법이다.
현재 북한은 자체 원심분리기 제작 기술을 갖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만 북한은 1998년부터 2001년 사이에 파키스탄 압둘 칸 박사로부터 원심분리기(P1형) 20대와 P2형 설계도를 제공받았고 러시아로부터 원심분리기의 재료로 사용되는 고강도 알루미늄 150t도 수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라늄 농축을 통해 연간 핵무기 1개(농축 우라늄 20∼30㎏ 기준)를 생산하려면 1천대의 원심분리기가 필요하다. 원심분리기 개당 가격이 16만∼24만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심분리기 1천개를 확보하는데 최소 1.5∼2.5억 달러가 필요하다.
북한은 연간 우라늄탄 3개를 만들기 위해 원심분리기 3천개 이상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구상대로 되려면 부속경비까지 감안해 최소 10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북한이 왜 이토록 고가의 우라늄탄 개발에 애착을 갖고 있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질좋은 핵무기를 쉽고 은밀하게 개발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우라늄탄 제조공정은 플루토늄탄처럼 대규모 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원심분리기 1천개를 설치하는데 불과 300평 미만의 작은 면적만 확보하면 된다. 또 방출되는 방사능의 양도 매우 적어 외부의 감시가 어렵다.
일정한 원심분리기만 확보하면 어디에서든 좁은 공간에서 은밀한 핵무기 생산이 가능한 셈이다. 한 소식통은 "공장, 광산, 군부대, 지하실, 땅굴 등 어디에서든 작은 시설 내에 간편하게 은닉.설치할 수 있다"며 "필요시 소규모로 쪼개어 분산 은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은밀성이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점이다. 시설 가동현황이 노출되지 않는 바람에 추출된 농축우라늄이 외국에 넘겨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비확산 체제의 중대한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농축 우라늄은 플루토늄탄과는 달리 굳이 핵실험을 거치지 않아도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다. 농축 우라늄만 확보되면 포신형 핵무기를 손쉽게 제조할 수 있으며 이를 얼마든지 노출시키지 않은 채 적절하게 도발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일각에서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다면 이는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원자탄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목할 대목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결속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는 대목이다. 만일 북한측 주장대로라면 이는 농축된 우라늄을 언제든지 무기화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소식통은 "원심분리시설이 가동되더라도 포착과 감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의 주장을 검증할 길이 없다"고 지적하고 "농축 우라늄 문제는 플루토늄 프로그램보다 오히려 우선순위가 더 높은 현안으로 취급돼야 하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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