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검찰 독립성 공고” 3일 이귀남 전 법무부 차관의 법무장관 내정은 그가 사법시험 22회 출신이라는 점에서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권재진 민정수석(사시 20회)과 김준규 검찰총장(〃 21회)보다 아래 기수이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검찰이 불협화음을 낼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검찰총장 위상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법무와 수사가 엄격하게 분리돼 검찰 독립성이 공고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검찰사에서 검찰총장의 사시 기수가 법무부 장관보다 높았던 사례가 없었던 건 아니다. 참여정부 때인 2003년 2월 임명된 강금실 장관(〃 23회)과 송광수 총장(〃 13회), 2005년 6월 임명된 천정배 장관(〃 18회)과 김종빈 총장(〃 15회) 및 정상명 총장(〃 17회)이 손발을 맞췄다. 하지만 참여정부 때는 취임 초부터 검찰에 강한 불신감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극약처방을 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과 단순비교는 어렵다.
검찰 안팎에서는 호남 출신을 법무장관에 기용해 최근 불거진 특정 지역의 법무·검찰 고위직 ‘독식론’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낮추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한다. 그러나 검찰총장보다 아래 기수인 법무장관이 기용됨으로써 검찰 인사와 장관의 지휘권 행사 과정에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내에서는 이번 장관 임명을 파격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법무 행정과 수사를 확실하게 분리하겠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려고 애쓰는 표정이다. 대검 관계자는 “기수 역전이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검찰로서는 나쁠 게 없다”며 “법무장관이 수사에 간섭한다는 우려를 줄이고, 장관과 총장이 각자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간부는 “장관 내정자가 공안·특수를 두루 경험했다. 따르는 후배도 많고 수사도 많이 아는 만큼 검찰총장과 잘 협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장관 내정자는 최근 검찰이 추구하는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 구현에도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이다. 그는 최근 차관 퇴임식에서 “과거 특별수사를 하면서 고쳤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박연차 게이트 수사에서 문제가 됐다”고 아쉬움을 밝힌 적 있다. 이 내정자는 다만 2007년 삼성 법무실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 떡값 검사’ 명단에 올라 인사 청문회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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