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업장 인권침해·임금체불 등 여전
도입 5년을 맞은 고용허가제가 외국 인력 수급제도로 자리잡고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 조건은 아직 열악하고, 일각에선 인권침해가 벌어지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탈 노동자’가 5년 새 100배 이상 느는 등 외국인 노동자들은 사업장을 이탈하거나 합법적인 체류 기간을 넘기고도 출국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노동부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2004년 8월 고용허가제 시행 이래 20만4118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고용허가제로 입국, 지난 6월 현재 16만6715명이 체류 중이다. 입국자는 2004년 3167명에서 2005년 3만1659명으로 크게 늘었고, 고용허가제와 병행시행하던 산업연수생제도가 2007년 폐지되면서 지난해엔 7만5024명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에 유입됐다. 수치상으로 보면 지난 5년간 고용허가제가 산업연수생제를 대체하는 인력수급제도로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 아래에서도 노동 조건이 여전히 열악하고 일부 인권침해도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이하 외노협)가 6월∼7월 노동자 533명을 상대로 실시한 ‘고용허가제 5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입국 후 본국에서 맺은 근로계약과 달라진 사례가 전체의 60.5%에 달했다. 계약
서를 이해하고 입국한 이들은 26.6%에 불과했다. 임금 체불은 59.5%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업장을 이탈하거나 합법 체류 기간을 넘기고도 출국하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사용자 승인 없이 5일 이상 결근하거나 소재를 파악할 수 없는 ‘이탈 노동자’는 2004년 23명에서 ▲2005년 818명 ▲2006년 1390명 ▲2007년 1163명 ▲2008년 2197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고용허가제 시행 후 정부의 단속은 강화했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 수는 정체 상태다. 법무부는 1990년∼2003년 연평균 4767명을 단속 적발했지만, 2004년∼08년에는 평균 2만9357명을 단속했다. 하지만 미등록 수는 2004년 20만9000여명에서 지난해 20만400여명으로 차이가 없었다. 스리랑카인 바삿(26)씨는 “고용허가제 문제점이 알려지면서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미등록으로 일하는 게 훨씬 좋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장원주·이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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