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뒤질세라 이라크 유전 개발권 획득 ‘경쟁’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석유전쟁을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경기를 떠받들기 위해 세계시장에 풀린 천문학적인 돈으로 인플레와 자원가격 상승이 걱정되는 상황에서 보유 외환을 이용한 자원 확보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약 2조달러, 1조달러의 외환을 보유한 상태로,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대 투자세력으로 떠오른 나라다.
◆석유자원 사들이기에 나선 중·일=홍콩 문회보(文匯報)와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은 석유관련 기업과 유전 사들이기에 발벗고 나섰다.
중국석유화공그룹(중국석화·SINOPEC)은 지난 24일 중국 석유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기업인수합병(M&A)에 나섰다. 이 회사의 자회사인 중국석화 국제석유탐사개발유한공사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아닥스(addax)와 기업인수 협정을 맺었다. 인수 가격은 주당 52.80캐나다 달러로, 이 회사 주식을 전량 사들이기로 한 것. 총 인수가격은 82억7000만 캐나다 달러(72억4000 미 달러)에 이른다. 아닥스가 보유한 유전규모는 5억3600만배럴로 하루 원유 생산량은 14만 배럴에 달한다.
중국의 다른 거대 석유회사인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중석유·CNPC)은 최근 싱가포르석유공사의 지분 45.51%를 사들였다. 매입 자금은 69억4100만위안(10억1600만달러). 또 중국해양석유(중해유·CNOOC)와 중석유는 미국의 석유회사인 코스모스에너지를 사들이기 위한 경쟁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코스모스에너지는 서아프리카 최대 유전 중 하나인 가나 연안의 주빌리 유전의 지분 30%를 갖고 있는 기업이다. 인수 가격은 약 40억달러로 추정된다.
이라크 유전을 둘러싸고도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라크는 경제재건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9∼30일 석유·가스전 6곳을 팔기로 했다.
선수를 치고 나선 곳은 일본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최대 석유기업인 신일본석유가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 유전 개발권을 사실상 따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석화와 중석유, 중해유등 중국의 국영 석유자본도 이라크 유전 입찰에 뛰어들었다.
◆불붙은 세계 자원전쟁=중·일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것은 두 나라가 자원전쟁에 불을 댕기는 듯하다는 점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외환보유액을 이용한 석유자원 확보전이 전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석유대학 공상관리학원의 둥슈청(董秀成) 부원장은 문회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인수전은 유전 자체는 물론 석유정제·판매기업 인수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올 들어 해외자원 확보를 공식 선언한 상태다. 올 들어 지난 4월 말까지 중국에서 국가발전개혁위의 비준을 받아 이루어진 3억달러 이상의 에너지자원 해외기업 합병 건수는 모두 26건으로, 투자액은 458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자원 빈국인 일본도 고유가에 대비, 자원확보를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
강호원 선임기자 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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