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학교 간 차이가 확연하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만큼 평준화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 수 있고, 이는 평준화 해체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1974년 도입된 고교평준화란 학교별 선발방식이 아닌 학군별 배정을 통해 고교에 진학하도록 한 제도다. 고교평준화는 1970년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고교 입시 과열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고교 진학을 위해 전국적으로 과외가 성행하고 중학교 교육은 입시 위주로 왜곡돼 ‘중3병’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로 심각했다. 이런 배경에서 도입된 평준화 정책은 중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동시에 숱한 논란의 대상이 됐다. 평등을 강조하면 그만큼 교육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교육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도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이번에 공개된 성적 자료가 입증하듯 실제 학교 간, 지역 간 격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논쟁거리였다. 학자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늘 평준화를 둘러싼 의견은 엇갈렸다.
기실 평준화 정책에 대한 논쟁은 평등보다는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으로 더욱 뜨거워졌다.
지난 2월 초?중?고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됐을 당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역 간 성적차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평준화 정책’을 직접 지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된 뒤 정부 안팎에서는 평준화 정책에 대한 보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연유로 이번 수능성적 자료 공개는 평준화 해체론자들의 주장에 한층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이미 평준화 정책에 금이 간 지 오래고 해체는 시간문제라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1983년 처음으로 경기과학고가 설립된 이후 특목고 설립이 잇따라 현재 전국적으로 과학고가 20곳, 외고가 30곳 정도 설립돼 있다.
학교별 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이들 특목고의 등장은 사실상 평준화 해체의 ‘시작’으로 해석됐으며, 최근 자립형사립고, 국제고, 자율형사립고 등 여러 유형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이 같은 추세는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경우 2010학년도 고교 입시부터 학생들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원하는 학교를 지망하는 ‘고교 선택제’가 도입되는데, 이 역시 평준화 해체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경희 기자 sorimo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