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메이저리거로 구성된 미국 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일본과 WBC 준결승전에서 공수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4-9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3년 전 1회 대회 때 준결승에도 오르지 못하고 2라운드에서 탈락했던 것보다는 나아졌다고 하나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메이저리거 군단이 엉성한 플레이로 탈락을 자초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2라운드 패자부활전에서 푸에르토리코에 패배 일보직전에 몰렸다가 데이비드 라이트(뉴욕 메츠)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살아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베네수엘라와 2조 순위 결정전, 이날 일본과 준결승전을 모두 패해 명예를 회복할 좋은 기회를 놓쳤다.
미국은 초대 대회 때 당한 망신을 꼭 설욕하겠다며 1986년 메츠를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데이비 존슨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새로운 각오'로 대회에 임했지만 '원초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퇴했다.
미국 야구의 몰락은 어찌 보면 예정된 결과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는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야구의 세계화'를 기치로 2006년 WBC를 창설했으나 대회에 참가한 미국 선수들은 1,2회 대회에서 무성의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각 나라 간 야구 문화와 훈련 스타일의 차이가 있겠지만 미국 선수들은 정규 시즌 직전 참가하는 '몸풀기' 형식의 시범경기로 WBC를 받아들였다.
미국은 이날 결정적인 실책을 3개나 범했고 승부가 갈린 8회말 수비 때는 나카지마 히로유키의 안타 때는 아예 우익수가 수비 위치에서 한 발짝도 뛰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연발했다.
한국과 일본 선수들이 애국심을 바탕으로 죽기 살기로 덤빈 것과 달리 '천문학적인 금액'을 연봉으로 받는 미국 메이저리거들은 다치지 않고 게임을 마치는 데 집중한 듯 보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대팀을 이기기 위한 전력분석도 제대로 안 됐다.
일본이 미국 선수들의 습성을 숙지하고 타자마다 수비를 바꾼 것과 달리 미국은 무턱대고 선수의 파워와 이름값만 믿었고 결국 자멸했다.
WBC 조직위원회는 다른 국가의 기량이 급성장해 미국을 비롯한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등 메이저리거가 다수 포함된 강국이 탈락했고 이는 그만큼 대회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식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전 세계 야구팬은 지구에서 최고라는 야구 선수들이 개인의 명예와 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필사적으로 뛰는 모습을 원한다. 그래야 '야구 최강국 결정전'이라는 원래 대회 취지와 맞기 때문이다.
WBC 조직위원회는 최대 라이벌 한국과 일본을 다섯 번이나 맞붙게 해 '돈만 벌겠다'는 얄팍한 생각에서 벗어나 대회를 어떻게 하면 더 진지하게 운영할 지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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