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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한국을 방문한 메리 매컬리스 아일랜드 대통령이 이화여대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여성의 권익에 눈뜬 그는 북아일랜드 명문 벨파스트 퀸즈대 법학과에 진학했다. 당시 대학 진학 교재에 ‘여성에게 법학은 맞지 않는 학문’이라고 소개됐던 시절이다.
매컬리스 대통령은 “15살 때쯤 벨파스트의 교구 신부님에게 법대에 진학하겠다고 했더니 신부님께서 몹시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너는 대학에 갈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부모도 반대했다. 그는 “첫째 내가 여자이고, 둘째는 우리 가족 중 법학과 관련된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부모님을 설득해 대학에 진학한 그는 졸업 후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교수, 방송기자 등으로 왕성한 사회 활동을 벌였다.

1997년 대선에 출마하기 전까지 정치 경험은 1987년 아일랜드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게 전부였다.
여당인 공화당의 후보로 대선에 나선 그는 부패한 정치세력과의 단절, 아일랜드 경제 재건을 내세워 58.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의 성공적 정치 데뷔에는 아일랜드 최초의 여성 대통령 메리 로빈슨의 ‘후광 효과’도 깔려 있다. 재임 기간 중 이혼 합법화, 여성 동등 임금 실현 등 사회개혁 정책 추진에 매진했던 그의 리더십은 아일랜드 정치 무대에서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발판이 됐다.
9남매 중 장녀였던 그는 남다른 가족애를 자랑한다. 치과의사인 남편 마틴 매컬리스 박사와 3남매를 두고 있는 그는 “언제나 가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2005년 아일랜드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방한한 매컬리스 대통령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국민의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아일랜드 대통령은 의원내각제 체제에서 행정권은 없지만 국가 원수이자 헌법의 수호자로서 의회 해산권, 국민투표 회부권 등을 가진다.
더블린=황정미 국제부장 bir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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