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주력 품목 위축으로 국내경제 악영향

삼성전자의 영업적자 전환은 2000년 분기실적을 공표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2007년 매출 63조1800억원에 영업이익 5조9400억원을 달성했던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이 같은 실적 부진은 가뜩이나 악화하는 경제지표와 실물경제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23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21일 증권업계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특히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영업적자 전환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는 반도체와 LCD 시장 불황으로 수요가 급격히 둔화되고 제품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에 따른 영업손실이 올해 2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4612억원의 영업손실과 5136억원의 순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1.4% 감소한 18조9000억원에 그쳤을 것으로 내다봤다.
동부증권도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을 매출액 20조6000억원, 영업손실 4300억원, 순손실 1152억원으로 추산했다. 동부증권은 삼성전자가 올 1분기와 2분기에도 각각 3620억원과 16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영증권도 삼성전자의 지난 분기 실적을 매출액 19조9000억원, 영업손실 5710억원으로 종전 추정치(매출 20조9000억원, 영업손실 230억원)에서 크게 낮춰 잡고 올 2분기까지는 적자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삼성전자의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삼성전자는 실적 전망치를 내놓지 않지만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개최한 테크포럼에서 실적 악화 전망을 내비쳤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수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의 실적 부진은 곧 해외시장에서의 고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사상 유례없는 불황을 수출 증대로 극복하겠다는 국가적 목표에도 차질이 예상되는 데다 여타 기업과 지역경제 등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민병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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