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육로통행 차단 시한 다가와 전전긍긍
“차라리 바람이 남쪽으로 불었으면….”
통일부 한 관계자의 한숨 섞인 하소연이다.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답답함이 드러난다. 당국은 이 문제와 관련해 범정부적 대책회의까지 열었으나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더구나 북측이 군사분계선을 통한 육로통행을 제한, 차단하겠다고 밝힌 다음달 1일까지는 불과 1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9일 홍양호 통일부 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앞으로 전단 살포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적극 대처하기로 했다. 하지만, 20일 납북자가족모임과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반북단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 김포에서 전단 10만여장을 북으로 날려보냈다. 당국은 이를 막지 못했다. 행동을 제지할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도 “지난 5년 동안 전단을 통해 북한 정권의 실상을 알려왔는데, 이제 와서 문제를 삼는 것은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처사”라며 중단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책회의에서 경찰청, 국정원 등 관계부처 모두 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는 총론엔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마땅치 않았다”며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예의 주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당장 구체적인 조치를 할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후에도 정부 차원에서 별다른 액션이 나오긴 힘들 전망이다.
당장 이날도 정부는 유감을 표명하는 데 그쳤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정부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단체들이 삐라를 살포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정부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유관부처 합동으로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 범정부 대책회의는 대북 유화제스처의 성격이 짙었다. 전단 문제가 꽉 막힌 남북관계의 원인이라고 보고 북측에 나름의 성의를 보인 셈이다. 북측은 그동안 꾸준히 이 문제를 제기해 왔다. 북 군부가 지난 12일 군사분계선 육로통행을 제한하겠다는 통고를 한 데도 전단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이날 방북설명회에서 “북측 핵심 관계자가 ‘북한의 강경조치는 강화될 것이며 이명박정부가 촛불시위를 막아내는 것을 보면 전단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면서 “이 관계자는 전단 살포 중단에 대한 이명박정부의 의지를 의심하는 뉘앙스를 풍겼다”고 전했다.
김포=이돈성,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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