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마련한 7천억달러의 긴급금융구제안이 의회에서 통과돼 실행에 옮겨질 준비를 하고 있고, 추가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총 9천억 달러에 달하는 유동성 지원을 공표한 데 이어, 유럽 각국이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를 막고자 잇따라 예금 보호 확대 조치를 취하고 나섰지만, 다 소용없었다.
한국 증시는 물론, 전 세계 증시의 지표가 되는 뉴욕증시가 6일 속절없이 폭락해 심리적 지지선인 다우지수 1만선 마저 붕괴되자 월가는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유럽 각국의 증시도 사상 최대의 하루 낙폭을 기록하며 폭락했고, 국제 원유가격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도 급락했다.
뉴욕증시의 다우 지수가 장중 한때 80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자, 월스트리트저널의 자회사인 `마켓워치'는 홈페이지 머리기사 제목을 "전 세계 파산"(Worldwide Wreckage)이라고 썼다.
존슨 일링스톤 어드바이저스 회장 휴 존슨은 "처음엔 위기를 부인하려 했고, 점차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거의 공포와 가까운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라면서 "`패닉'이라고 까지 부르고 싶진 않지만, 출구를 향해 달려가는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속속 증시에서 발을 빼려는 투매 조짐이 목격되고 있다는 얘기다.
알타베스트 월드와이드웹 트레이딩의 토머스 하트만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긴급금융구제안이 기능을 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무너진 신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혹독한 날들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TFS 에너지 LLC의 진 맥길런 애널리스트는 이날 뉴욕 증시와 상품 시장의 폭락 사태에 대해 "유럽에서 번지고 있는 부정적 감정이 결정적으로 충격을 가한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사람들은 기술적 반등을 기대하기보다는 얼마나 떨어질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어떤 호재도 먹혀들지 않고, 두려움과 공포가 지배하는 전 세계적 투매 상황이 좀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등 추가적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시장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최대 채권 기금인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사의 빌 그로스 회장은 "정부가 좀 더 대담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면서 "상업 어음의 즉각적 매입, 금리 인하 등이 그 조치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리를 1%까지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크트리 자산 운용의 로버트 파블릭 마켓 스트래티지스트도 "미국과 유럽, 영국의 국책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공동보조를 취한다면 이는 시장에 `우리가 현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이를 위해 모종의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효과를 갖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내일 다시 반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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