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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평양은] 북한 안내원들 "사진 찍지말라" 민감하게 반응

입력 : 2008-10-02 13:32:26 수정 : 2008-10-02 13: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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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신진호 기자 '평화 3000' 방북단 동행취재
평온해 보이지만… 한 북한 주민이 지난달 29일 자전거를 타고 평양 시내 대동강변을 달리고 있다. 강 너머 오른쪽에 현재 공사가 한창인 삼각 모양의 105층짜리 류경호텔이 보인다.
북한은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과 영변 핵처리시설 재가동 통보로 국제관계가 긴장 국면을 맞고 있지만 평양 등 도시는 평시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북한은 아리랑축전을 보기 위해 방문한 외국인들을 상대로 체제 선전에 열을 올렸고, 주민들은 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들녘에서 수확에 여념이 없었다. 기자는 지난달 27일부터 3박4일 동안 사단법인 ‘평화3000’ 방북단 일원으로 평양과 백두산, 묘향산 등지를 둘러봤다.

방북단은 이 단체 회원들이 지원하는 평양 콩우유(두유)공장을 방문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지만, 북측 관계자는 혁명 유적지와 조형물로 안내하는 등 주체사상 선전에 주력했다.

방북단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자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20m짜리 김일성 주석 동상이 서 있는 만수대 언덕이었다. 북측은 이어 김구 선생이 1948년 4월 ‘남북연석회의’에 참석해 김 주석과 회담한 대동강의 쑥섬과 주체사상탑, 만경대 김 주석 생가, 조국통일삼대헌장 기념탑, 백두산의 김 위원장 생가, 묘향산의 국제친선전람관 등 ‘사적지’로 안내했다. 북한 당국은 평양의 대동문과 을밀대 등 역사유적지의 방문을 허가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김일성 전 주석 생가가 있는 만경대를 찾은 북한 주민들이 길게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만경대는 1947년 ‘만경대 혁명사적지’로 지정된 뒤 김 전 주석 생가와 만경대 정각, 혁명사적관, 씨름터, 군함바위, 그네터 등이 조성됐으며 김 주석의 부모와 조부모의 묘가 있다.

북한의 신문과 방송은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과 핵문제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노동신문 9월28일자에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 중조우호협회 대표단이 선물을 드리셨다’라는 기사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의 사진 등만 실렸다.

평양의 전력사정은 이전보다 나은 듯했다. 보통강 인근에 있는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낮에도 연기가 피어올랐고, 평양 시내의 거의 모든 아파트에서는 오후 7시쯤 전등이 켜졌다. 그러나 가로등은 대부분 꺼져 도시가 어두웠다.

북한을 매년 한 차례씩 방문한다는 우리 측 한 인사는 “북한의 경제사정이 해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며 “이는 자전거가 새것으로 바뀌고, 여자들의 옷 색깔이 밝아지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 생활은 여전히 어려워 보였다. 평양 시내는 20∼30층짜리 아파트가 줄지어 서 있었지만 건물이 오래돼 보수가 필요해 보였고, 시내를 벗어난 지역의 가옥은 기와가 너무 낡아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았다.

주민들은 다리에 힘이 없는지 거리나 풀숲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많았다. 큰 봇짐을 지고 이동하는 사람이 많았고, 겨울을 나기 위해 연탄을 찍어 길거리에서 말리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이 같은 주민의 고된 생활상을 보이기 싫었던지 북측 안내원들은 차량 이동 때 사진 찍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런 행위를 발견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사진을 삭제하고 경고하기도 했다.

북한 들녘도 수확기를 맞아 남한처럼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주민들은 바인더와 콤바인 등 농기계가 아닌 낫으로 벼와 옥수수를 수확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북한은 추수철인 요즘 정무원(공무원)들에게도 농촌돕기에 나서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북한 중앙방송은 ‘낱알걷기에 총동원해야 한다’는 프로그램을 방송하며 “하루에 쥐는 30g, 참새는 1.2g을 먹기 때문에 벼를 벤 뒤 최대한 빨리 옮겨 놓아야 하며, 트랙터 등 각종 농기구에 대한 기름을 최우선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방북기간 본 농기계는 수확한 곡식을 나르는 트랙터 2대가 전부였을 정도로 사실상 사람의 힘에 의존해 농사짓고 있었다.

공사 장비 부족도 심각했다. 평양 시내에서 진행 중인 인민대회관 등 몇몇 건물 보수공사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건물에 매달려 일하고 있었고, 타워크레인도 5∼6대밖에 보이지 않았다. 특히 평양∼묘향산 간 고속도로 초입의 나들목 해체작업에서는 인부들이 중장비가 아닌 해머로 콘크리트 구조물을 내리쳐 조각 내고 있었다.

노동당의 한 고위 관료는 “여러분이 보시기에 인민들이 좀 어렵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을 수 있겠다”며 “그러나 우리는 35년간 일제의 침략으로 고통당해 이 같은 일을 다시 당하지 않고 조국을 지켜내기 위해서 (인민들에게 식량보다는) 총알 한 알씩을 더 주는 게 시급하고, 이를 인민들이 이해한다”고 말했다.

평양=글·사진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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