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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제10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확산되는 달러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해소되지 않는 한, 달러 수급 불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외화자금난은 범상치 않다.

◆달러기근 현상 왜 일어나나=외화자금시장이 혼란에 빠진 것은 지난 14일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 이후다. 세계 자금시장은 이후 꽁꽁 얼어붙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이 10여일 동안 필요한 외화자금을 제때 빌려오지 못했다. 특히 미국 정부가 7000억달러 구제금융방안을 내놓았지만 그 효과를 두고 미국 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달러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백악관 회동에서도 구제금융지원 조치가 불발에 그치면서 사태는 더욱 꼬여갈 조짐이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26일 ‘국제적 금융위기와 우리의 대응’ 토론회에서 “현재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일주일짜리 ‘론(차입)’도 없어져 모두 ‘오버나이트(Overnight·하루짜리 달러차입)’로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가장 타격이 큰 부분은 외화 유동성”이라고 밝혔다. 또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 정부에 대한 신뢰는 남아 있지만 투자은행(IB)이든 상업은행(CB)이든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붕괴됐다”며 “극단적인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는 안갯속 상황”이라고 전했다.
달러화 자금이 부족한 것이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현재의 상황은 ‘비상 국면’이라는 뜻을 담은 말이다. 그는 “우리나라와 같은 ‘스몰오픈이코노미’(소규모 개방경제)’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달러 조달난의 장기화에 대비, 외화 차입보다 경상수지를 안정시키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 골프 치고 교육시키는 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외환보유액이 적었다면 우리에게도 ‘광풍’이 상당했을 텐데 다행히 2400억달러 이상 쌓아둔 것이 위기를 미연에 방지한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외화 자금난에 달러대출 금지령 =은행들은 외화 신규대출을 사실상 금지시켰다. 기존 대출도 규정을 까다롭게 바꾸고 있다. 외화자금이 은행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시중은행들은 외화조달의 어려움으로 영업지점에 외화 대출 금지령까지 내리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비실수요자에 대한 외화대출을 하지 않고 최소한의 기업 운전자금에 대해서만 대출하는 방법을 쓰고 있지만 달러 가뭄 해갈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의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부 외화대출 만기가 다가온 기업들은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긴급진화에도 환율 상승세=100억달러 긴급 방출 발표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이날 5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30원 오른 달러당 1160.50원으로 마감했다. 2004년 8월13일(1162.30원) 이후 4년1개월 만에 최고치다.
정부의 달러 공급방안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단 달러를 빌려 준 뒤 한두 달 뒤 다시 거둬들이는 스와프방식이기 때문에 급한 불 끄기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해소만이 근본적 해결방안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신용등급이 좋은 해외은행들마저도 고금리를 부담하는 상황에서 국내 은행의 달러차입 조건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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