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유제품이 함유된 제과나 중국 현지에서 제조된 제품이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멜라민 안전지대'는 아니다. 그러나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지역 국가들과 가봉, 탄자니아, 부룬디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중국산 유제품 수입 금지 움직임이 일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중국산 유제품에 대한 금수조치는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또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수입된 제품들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어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 모든 중국산 유가공제품 멜라민 검사한다지만...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중국산 유제품이 사용된 초콜릿, 빵, 과자 등 가공식품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따라 보건당국은 멜라민 검사 범위를 유제품을 함유한 가공식품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올들어 원유와 분유, 유청과 카제인 등 유가공품이 함유된 중국산 가공식품은 308품목(수입신고 1230건) 1만3582t이 수입됐다"고 22일 밝혔다.
통관검사와 수거검사 범위를 당초 분유 함유식품에서 유제품 함유 중국산 가공식품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식약청은 지난 18일 올들어 '분유'가 함유된 중국산 가공식품 120개 품목(수입신고 615건) 4613t이 수입됐다고 밝힌 바 있다.
검사확대는 수입 검사와 이미 유통중인 제품에 대해서 모두 적용된다. 올들어 지금까지 국내에 들어 온 우유와 분유, 연유가 함유된 중국산 가공식품 수입건수는 227개 품목(수입신고 866건) 7천8t이며, 여기에 유청분말, 카제인, 락토즈 등 원유 가공품이 들어 있는 제품 81개 품목(수입신고 364건) 6574t까지 합하면 올들어 지금까지 원유 및 가공품이 함유된 중국산 식품은 308건 1만3582t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 제과업체 가운데 일부는 중국 현지에 공장을 두고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더욱 불안에 떨고 있다. 국내 유명 제과업체들은 현지공장에서 초콜릿 등은 들여오지 않고 있으며 중국산 유분을 사용하는 제품이 일부 있지만 이는 함량이 극히 미비할 뿐만 아니라 문제가 된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혀 수습에 나섰다.
농림수산식품부도 지난 18일 “우리나라는 지난해와 올해 중국으로부터 분유나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을 수입한 적 없다”며 “앞으로 중국산 유제품이 수입될 경우 전수 검사를 통해 멜라민 첨가 여부를 정밀 검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19일에는 국내 양식용 메기 사료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돼 국민들을 불안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이 사료는 중국산 오징어 내장 분말을 섞어 만든 것으로 이 사료를 만든 업체는 생산된 사료 612t가운데 29t을 자체 리콜했으며 현재 재고로 남은 7t도 폐기키로 했으나 나머니 586t은 이미 소진된 상태다.
◆멜라민 피해 속출…중국은 지금 ‘패닉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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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멜라민이 함유된 산루사의 분유를 먹고 결석 증세를 보인 아이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신화통신> |
뿐만 아니라 멜라민 유제품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어린이도 4명이나 되는 등 멜라민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멜라민으로 인한 소비자의 불안이 확산되자 중국인 황(32)모 여성이 석달된 아들에게 주고 남는 모유를 하루에 300위안(5만원)씩 받고 제공하겠다며 인터넷에 광고를 게재, 논란을 빚기도 했다.
◆멜라민 파동 ‘1라운드’…중국 내 신장결석 환자 증가
멜라민 파문은 지난 6월 28일 이후 중국 간쑤성 란저우시 인민해방군 제1병원에서 영아 16명이 신장결석이나 요도결석 증상으로 입원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간쑤성에서만 1명의 사망자를 비롯해 59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장쑤성과 산시성, 산둥성, 안후이성 등 중국 각지에서 150여명의 영아들의 피해사례가 보고되면서 중국 위생부가 조사에 나선 결과, 피해 영아들의 소변과 신장에서 화학물질인 멜라민이 검출됐으며 이는 분유속에 함유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분유 제조사인 산루(三鹿) 그룹은 내부 조사 결과 해당 분유에 지난 8월 6일 이전에 출시된 분유제품이 열경화성 플라스틱 성분인 멜라민에 오염된 사실을 확인해 해당 제품 700t에 대해 리콜에 착수했다. 멜라민 오염 분유 파문으로 산루사 전 사장 톈원화(田文華)는 면직된 뒤 형사 구류됐고 이 밖에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40명이 체포되고 22명이 형사 구류 조치됐다.
◆제 2라운드…중국산 유제품 상당수에서 멜라민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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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가 된 중국의 유명 분유회사 산루사의 제품 |
산루사 분유에서 멜라민이 검출돼 중국 내 소비자들의 불안이 확산되자 중국 국가품질감독검사 검역총국이 전국 109개 분유업체의 491개 제품에 대한 샘플조사를 실시한 결과 22개 업체 69개 브랜드에서 공업용 원료인 멜라민 성분이 검출됐다.
또, 중국 질량검사총국이 중국 우유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멍뉴(蒙牛)와 이리(伊利), 광밍(光明), 싼위안(三元), 네슬레(雀巢) 등 406개 유명 유제품 회사가 제조한 우유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멍뉴, 이리, 광밍 등 3대 업체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밝힘으로서 분유 뿐 아니라 중국산 유제품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 정부는 이들 3개 업체에 관련 제품을 모두 회수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각 유통업체와 판매점에도 판매중지 명령을 내렸다.
◆제 3라운드…산루사의 은폐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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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위생당국이 산루사의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
이는 산루사의 지분 43%를 보유한 뉴질랜드의 낙농회사 폰테라가 “싼루사는 자사의 분유 제품에 멜라민이 함유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지난 8월 초 현지 보건당국에 알렸으나 공개적인 리콜을 시작된 것은 실시한 것은 지난 주였다”고 밝힘에 따라 중국 전역에 알려졌다.
폰테라에 따르면 산루사는 지난 8월2일 직전 멜라민의 함유 여부를 발견했으며 폰테라가 즉각 공개적인 리콜을 요구했으나 중국의 현지 보건 당국은 4일 뒤 낮은 수준의 리콜을 실시했다. 멜라민이 함유된 사실이 밝혀진 시기가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에 중국 내 기업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은폐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산루사의 제품을 배송하는 기업들은 산루사가 8월 초에 자사의 아기 분유를 회수할 것을 요구했으나 문제의 제품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제 4라운드…중국 vs. 뉴질랜드 책임 공방…국제문제화?
뉴질랜드 대표적 기업이자 세계 최대규모 낙농회사인 폰테라가 산루사의 저질 분유에 대해 은폐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멜라민 파문은 중국과 뉴질랜드 간의 국제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폰테라는 중국의 저질 분유 사태가 폰테라에게 최악이 사건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한편, 중국측은 산루 그룹의 지분 43%를 보유한 폰테라가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기는 커녕 오히려 책임을 중국측에 떠넘기는데 급급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뉴질랜드 언론들은 우유를 생산하는 농가나 중간상인들이 우유의 양을 불리기 위해 물을 섞은 뒤 불합격 판정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단백질 함량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진 멜라민을 첨가하기 때문이라고 멜라민이 함유된 과정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제 5라운드…멜라민 파문 전방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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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대형마트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제품들이 전량 수거돼 진열대가 비어있다. |
또, 멜라민이 검출된 분유가 미얀마,예멘, 방글라데시, 대만 등으로 수출되고 있는데다 중국의 유제품 대부분이 반가공 형태로 주변국에 수출되고 있어 전세계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에서 우유와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등 중국산 유제품을 검사한 결과 30개 제품 중 8개에서 멜라민이 검출됐으며 세계적인 식품 브랜드 네슬레사에서 제조한 우유에서 소량의 멜라민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일본에서도 한 식품회사가 중국산 유제품이 쓰인 과자 등 2800개 식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으며 대만 정부는 멜라민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된 중국산 22개 유제품에 대해, 싱가포르 정부는 중국산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에 대해 수입을 중단하는 등 중국발 멜라민 파문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 아프리카에서도 가봉, 탄자니아, 부룬디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중국산 유제품 수입 금지 움직임이 일고 있다.
◆멜라민이 뭐길래
멜라민(Melamine)은 합성섬유, 본드, 내연제 등의 재료로 사용되는 공업용 화학제품으로 신장계통의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독성물질이다.
통상적으로 음식물에서 멜라민은 거의 검출되지 않으며 비록 소량 검출되더라도 독성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동물 사료 및 유제품의 품질 검사 과정에서 일부 비도덕적인 업체들이 ‘고질소화물’인 멜라민 등을 첨가해 질소 함량을 높이는 방법으로 품질 검사를 통과해 문제가 됐다.
멜라민을 섭취할 경우 유발되는 질병으로는 요로 결석, 급성 신부전 등 2가지가 있는 것으로 현재까지 알려져 있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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