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가수 나훈아(61·본명 최홍기)의 기자회견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팬들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회견 시작 전부터 몰려와 있던 팬들은 나훈아가 입장하자 ‘오빠부대’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야쿠자에 의한 ‘신체 주요부위 훼손’ 루머 해명을 위해 단상 위에 올라가 바지 지퍼를 내리는 ‘돌출행동’ 때엔 “그러지 않아도 믿는다”고 외치며 굳은 신뢰를 보냈다.
나훈아는 한 방송사에 의해 생중계될 만큼 국민적 이목을 끈 이날 회견의 대부분을 언론 비판에 할애했다. 확인해보지 않고 남이 쓰니까 그냥 따라 쓴 기자들에 대해선 ‘방조자’,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든 신경조차 안 쓴 기자들은 ‘방관자’라고 각각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굴뚝도 없는데 연기를 피우는 곳”이라며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언론이 단 하나도 없다”고 호통쳤다.
여성편력에 대한 소문을 언급할 때 그는 특히 격앙됐다. “대한민국은 간통죄가 있는 엄연한 법치국가입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왜 진작 문제가 안 됐겠습니까?” 김혜수, 김선아 등 그와 스캔들이 터진 여배우들의 이름을 집적 거론하며 “나는 괜찮지만 이 불쌍한 처자들은 젊으니 두 후배에 대해서만큼은 꼭 바로잡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회견이 열린 그랜드힐튼 호텔과 나훈아의 인연에도 네티즌의 관심이 쏠린다. 그랜드힐튼 호텔은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총 9번에 걸쳐 ‘나훈아 어버이날 디너쇼’와 ‘나훈아 크리스마스 디너쇼’를 개최해왔다. 호텔에 대한 믿음이 큰 만큼 개인 신상에 관한 기자회견 장소도 이곳으로 정했다는 후문이다.
호텔 측은 많은 취재진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회견장인 그랜드볼룸에 500석 규모의 회견장을 마련했다. 이날 회견장을 찾은 인원은 취재진 400여명, 팬 50여명으로 추산된다.
그랜드힐튼 호텔 관계자는 “나훈아씨 소속사인 아라기획 측은 전에 디너쇼를 열었던 컨벤션홀을 원했으나, 사전에 다른 행사가 잡혀있어 부득이 그랜드볼룸으로 정해졌다”며 “이번 회견을 계기로 그랜드힐튼 호텔 무대에서 나훈아씨의 화려한 공연을 다시 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온라인뉴스부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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