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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서 前 주한 대사 딸 참수 살해돼 연일 시위·추모행사…청혼 거절에 죽마고우가 범행

입력 : 2021-07-30 21:43:34 수정 : 2021-07-30 21: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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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27세 누르 무카담…父는 한국 대사 지낸 전직 외교관
이틀 간 용의자 집에 감금된 채 흉기 폭행당해
여성 운동가 한명이 지난 25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어릴 적 친구인 남성에 의해 참수 살해된 누르 무카담의 사진과 더불어 ‘누르에게 정의를’이란 문구가 적힌 벽보 앞에 촛불을 놓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AP연합

 

파키스탄에서 20대 여성이 청혼을 거절했다 어릴 때부터 친구인 남성에게 참수 살해돼 연일 현지 언론이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다. 피해자인 27세 누르 무카담은 한국과 카자흐스탄 등에서 대사를 지낸 전직 외교관인 샤우카트 알리 무카담의 딸이라고 현지 언론은 소개했다. 

 

30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로이터 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무카담은 지난 20일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부유층 주거지에서 머리가 잘린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손꼽히는 부유층이자 유명 사업가 가문 출신인 자히르 자페르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기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자페르는 무카담을 집으로 불러들인 뒤 청혼했다 퇴짜를 맞자 이틀간 감금하고 흉기로 심하게 폭행했다. 

 

시골이나 하층민 주거지가 아닌 상류 사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이처럼 끔찍한 범죄가 발생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전언이다.

 

이번 사태로 이슬라마바드는 물론이고 남부 신드주의 주도이자 파키스탄 최대 도시 카라치, 북동부 펀자브주의 주도 등 대도시에서 규탄 시위와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누르에게 정의를’(#JusticeForNoor)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범인을 규탄하고, 보수적인 사회 문화를 개탄하는 게시물이 쏟아졌다.

 

오프라인에서도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범인을 강력하게 처벌하라고 요구하는 시위와 더불어 추모 촛불 집회도 이어졌다.

 

국교가 이슬람교인 파키스탄은 세계경제포럼(WEF)의 성 격차 지수(GGI·Gender Gap Index)에서 올해 156개 나라 중 153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차별이 심각하다.

 

실제로 다른 종파나 계급의 남성과 사귀거나 개방적인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에 의해 목숨을 잃는 이른바 ‘명예살인’ 피해 여성이 해마다 1000명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지도자 역시 편향된 여성관을 보인다는 지적을 받는다. 앞서 임란 칸 총리는 지난달 성폭력 원인을 여성의 노출 탓으로 돌리면서 “이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달에는 가정 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기도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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