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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군, 50년 만에 ‘시루섬의 기적’ 잇는다

입력 : 2021-07-27 01:00:00 수정 : 2021-07-26 15: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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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군 단양읍 증도리에 있는 시루섬 전경. 단양군 제공

충북 단양군이 강물 범람으로 위기를 맞은 마을에서 인간 띠로 무사히 살아남은 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시루섬을 50년 만에 현수교로 육지와 연결한다.

 

단양군은 단양역 앞 5번 국도와 시루섬을 연결하는 ‘시루섬 생태공원 교량사업’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단양역에서 시루섬을 거쳐 단양강 건너 수변 생태 탐방로까지 680m를 현수교로 잇는다.

 

단양역 앞쪽 시루섬은 시루 모양을 닮은 섬으로 단양읍 증도(甑:시루증, 島:섬도)리에 있다. 단양군은 이곳을 탐방로 등 생태 관광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시루섬은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수몰되고 6만㎡만 남은 작은 마을이다. 이 섬엔 기적과 슬픔을 함께 스며있다.

 

1972년 태풍 ‘베티’가 한반도를 휩쓴 8월 19일 오후 3시쯤 단양강이 범람해 마을 44가구 250여명이 주민이 고립됐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230여명의 마을 주민들은 높이 7m, 지름 4m의 물탱크 위로 올라갔다. 일부 주민은 나무 등의 고지대로 몸을 피했다.

 

물탱크로 모인 주민들은 노인과 여성은 안쪽에 있고 젊은 층이 바깥에서 팔짱으로 인간 띠를 형성했다. 주민들의 사투는 무려 14시간이나 이어졌다.

시루섬 생태공원 진입로 예상도. 단양군 제공

날이 밝자 한 젊은 어머니가 숨이 끊어진 돌 지난 아이를 안고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밤새 콩나물시루 같은 물탱크 위에서 압사한 것이다.

 

아이의 죽음이 알려지면 인간 띠 균열로 자칫 주민 목숨이 위험할까 걱정한 어머니의 의연하고 냉정한 대처다. 이 사연은 단양군이 2017년 조성한 시루섬의 기적 소공원에 ‘14시간의 사투 그리고 인고의 어머니’라는 제목의 글로 새겨져 있다.

 

단양군은 최근 체류형 관광도시 부흥을 위해 화재의 명소를 관광 자원화한다. 수중보 완공에 이어 상진나루와 시루섬 나루 등 수상 관광자원을 확보하고 만천하스카이워크와 패러글라이딩, 단양강잔도 등 주요 관광자원과의 연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단양군 관계자는 “시루섬은 예부터 소금 뱃길로 상인들의 뱃노래가 끊이지 않을 만큼 부흥했던 지역이었다”며 “기적의 섬으로 불리는 시루섬을 육지와 연결하고 수상 관광을 구축하는 등 체류형 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단양=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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