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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대계 세울 국가교육위… 親與인사 과반 ‘독립성’ 의문

입력 : 2021-06-21 03:00:00 수정 : 2021-06-20 18: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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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법 국회 통과… 연내 출범 가시화
정권 따라 ‘갈지자’ 교육정책 탈피 목적
대입제도·학급당 학생수·교원 수급 등
10년 단위 교육계획 결정할 독립기구

위원 21명 중 대통령·與 인선 최소 10명
야당 “정권 거수기 뻔해” 법안 표결 불참
전교조 “親정권 우려 불식할 보완 필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통과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저의 공약입니다.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있고, 국회 입법과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국회와 긴밀히 협의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나온 국가교육위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처럼 국가교육위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난 10일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다. 국회는 연내 국가교육위 출범을 목표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방침이지만 ‘독립적 기구’라는 당초 설립 목적에 부합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아 있다.

20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국가교육위는 국회 본회의와 대통령 재가 등의 과정을 거쳐 내년 1월 출범이 유력하다. 국가교육위는 모두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들의 임기는 3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국가교육위는 대학입시나 교원수급, 학급당 학생 수를 포함한 국가교육기본계획을 10년마다 수립하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이를 이행할 계획을 마련하고 따라야 한다.

◆국가교육위 왜 설립되나

‘백년대계’라고 불렸던 교육은 그동안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책이 춤을 추면서 ‘오년대계’도 안 되기 일쑤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학입시와 고교정책 등 국가교육의 방향은 수정됐고, 4년마다 선출되는 각 시·도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교육정책이 쏟아졌다. 교육현장의 학생과 학부모는 혼란을 겪었고, ‘입시 성패는 정보력에 좌우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중장기적인 국가교육정책을 다루는 독립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육의 형평성을 강조한 1995년 5·31 교육개혁 이후 학계나 시민사회는 ‘초정권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2002년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2007년 대선에서는 정동영 후보가 국가교육위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7년 대선 당시에도 문 대통령을 비롯해 홍준표, 안철수 후보가 국가교육위 신설을 약속했다.

문재인정부의 두 번째 교육부 장관이 된 유은혜 사회부총리 역시 2019년 취임사에서 “미래 비전을 바탕으로 교육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며 “국가교육위는 교육 의제에 대한 사회적 대합의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교육개혁을 견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어떻게 변할까

국가교육위가 설치될 경우 최대 관심사는 교육부의 역할이다. 일부 기능은 조정되겠지만 교육부 조직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상당하다. 교육부의 업무 중 교육과정 수립 등의 역할을 국가교육위가 맡게 되지만 교과서 개발 등 실질적인 권한은 여전히 교육부 몫이기 때문이다. 2025학년도 전면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를 포함한 2022 개정교육과정도 교육부가 추진하도록 법률에 부칙을 달아놨다. 당장 국가교육위가 출범해도 교육부의 역할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앞서 문 대통령도 “과거 교육부를 없애거나 교육부 기능을 최소화하면서 국가교육위가 교육정책과 행정 전반을 담당하게 하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한 번에 변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국가교육위는) 교육정책의 기본방향과 기본적인 정책을 논의해서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교육부가 시행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접근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국가교육위가 출범하기 전까지 역할 분담이 정확히 어떻게 이뤄질지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교육과정정책을 담당하는 곳 등이 사라지거나 명칭이 변경될 수는 있겠지만 큰 변화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친정부 위원회’ 우려는 왜

국가교육위가 설립 취지와 달리 정권의 눈치를 살핀 교육정책 틀을 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원회 구성 자체가 친정권 성향의 인사들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5명과 국회가 추천하는 9명, 교원단체 추천 2명, 교육부 차관 등 모두 21명으로 구성된다. 국회가 추천하는 9명 중 여당의 몫은 4~5명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대통령 지명 5명과 교육부 차관을 합하면 여권성향 인사가 절반을 넘게 된다.

국가교육위 회의는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재적위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 소집된다. 과반수가 참석하면 개의되며 과반수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됐다. 이 때문에 친정부 성향의 인사만으로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의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야당이 국가교육위법 전체회의에서 퇴장하며 표결에 불참했던 이유다. 결국 국가교육위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정소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국가교육위 설치가 교육계의 숙원이자 바람이었던 이유는 정권에 따라 교육정책이 바뀌는 것이 아니고 중요한 정책은 유지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며 “국가교육위가 정권 종속적인 우려가 있는 만큼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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