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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의 물결… 막을 것인가, 휩쓸릴 것인가

입력 : 2021-03-06 03:00:00 수정 : 2021-03-05 19: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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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인정하는 인종차별주의
이민 배척·외국인 혐오증 표출
美·브라질 등선 지도자까지 배출
21세기 들어 영향력 확대 ‘주류화’
극우 역사·이념·인물 등 다각 분석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질문 던져
미국 카스 무데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주류화의 흐름에 이를 정도로 세력을 확장한 극우에 대해 분석하며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등장(왼쪽 사진), 헝가리 피데스의 총선 압승을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카스 무데/권은하 옮김/위즈덤하우스/1만6000원

 

네덜란드 민주주의포럼 지도자 티에리 바우데는 2015년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유럽이 아프리카화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유럽이 지금처럼 백인이 지배적인 인종으로 살기를 바라고…”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이민자를 가리켜 “지구의 쓰레기”라고 막말을 퍼부은 적이 있다.

혐오와 차별이 적나라한 발언이다. 인종, 국적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거리낌없이 악의를 드러내는 이런 말들이 국가 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것이란 사실이 놀랍다. 하지만 드물지 않은 일들이다. 혐오와 차별, 불평등을 당연시하는 주장과 행위는 점점 잦아졌고, 영향력 또한 커졌다.

미국 조지아대 국제관계학 카스 무데 교수의 책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에 따르면 인종차별, 외국인혐오를 발판으로 한 극우는 2019년을 기준으로 미국, 브라질, 인도와 같은 ‘거대국가’의 지도자를 배출했고, 유럽에서는 2010∼2018년 1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카스 무데/권은하 옮김/위즈덤하우스/1만6000원

나치즘, 파시즘의 등장으로 겪은 거대한 비극 2차 세계대전의 교훈으로 1945년 이후 거의 모든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거부당하던 극우는 어떻게 세력을 넓혔고, 이제는 ‘주류화’의 흐름에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무데 교수의 책은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극우 정치를 역사, 이념, 조직, 인물 등에 따라 다각도로 분석한다.

책에 따르면 극우는 불평등을 긍정한다. 인간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정부는 불평등을 보호하거나 그대로 놔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극우의 핵심은 인종차별주의다.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이민 배척주의, 극단적 민족주의, 외국인혐오증이다. 극우는 “‘외국인’을 경멸적인 용어로 묘사하며”, “극우의 세계관에서 범죄는 거의 독점적으로 외국인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철권통치’로 상징되는 권위주의 체제는 극우의 또 다른 지향점이다. 외국인 범죄는 물론이고 마약, 실업 등 어떤 문제도 강경책을 장려하며 유화책을 비판한다. “강력한 법과 질서의 확보”는 극우가 애정하는 또 하나의 이념이다.

극우의 위상이 전에 없이 높아지긴 했으나 그것의 이념이나 정책, 주장이 특정 국가나 사회를 전반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책 역시 극우의 정책 대부분은 “연방이나 지방 차원에서 완화되거나 또는 법원에 의해 격추된다”고 분석한다. 문제는 “(극우가 강조하는) 쟁점과 프레임을 비판 없이 채택하는 정치적 주류(언론과 정치)에 기대어” 극우가 사회적 의제를 주도하고,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EU에서 이민이나 테러와 같은 문제에 대한 민감도는 두 가지 문제가 경미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국가에서도 두드러진다.

혐오와 차별을 전제로 한 극우 정치는 수용할 수 없는 것이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대응 양상은 각국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책을 이를 네 가지로 정리한다. “극우 정당을 정치적 상호작용에서 배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경계’, “극우 정당들과 그들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대립’은 정치 게임의 장에서 극우를 제외시킨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극우에 대한 저지선들은 균열을 보이고 있고, 극우의 반민주적 이념을 옹호하는 유권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추측이 맞아떨어지는 이상적인 상황도 아니다.

이에 따라 ‘포섭’은 “적어도 1990년대 후반부터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 극우와의 상호작용에 지배적인 대응 방법”이 되었다. 극우를 배제하되, 그들의 쟁점은 거부하지 않는 태도다. 호주의 존 하워드, 벨기에의 바르트 더 베버르 같은 주류의 보수 정치인들은 극우를 공격하는 동시에 극우의 주요 쟁점을 자신들의 것으로 자주 채택했다. ‘합병’은 극우의 주류화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전후 파시스트인’ 국민동맹, 우익 포퓰리즘 정당인 북부동맹을 통합해 1994년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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