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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증시 뛰는데… 한쪽선 실직 눈물

입력 : 2021-01-17 17:27:16 수정 : 2021-01-17 17: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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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에 커지는 ‘K자 양극화’
근로소득 의존 고용취약계층 타격
비자발적 실직자 200만명 첫 돌파
정부 공적지원금으론 극복 역부족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 폭등 유발
실물경기 침체 속 주가는 연일 급등
가진 자·없는 자의 ‘자산격차’ 심화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는 김모(28)씨는 지난달 8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작된 이후 사실상 실업자 신세가 됐다. ‘자영업자(특수형태근로자)’ 신분인 탓에 그동안 주6일, 주7일 근무도 마다하지 않고 일해오던 터라 이번 업무 공백이 더 크게 느껴진다. 회원들이나 지인들이 부동산이나 주식 공부에 뛰어드는 모습을 자주 봐왔지만,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동료 트레이너들과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보기도 했지만 이미 관련 콘텐츠가 넘쳐나기 때문에 아직 수익을 기대할 상황은 아니다. 헬스장 운영제한 조치가 풀렸지만, 언제 다시 닫아야 할지 알 수 없어 착잡하기만 하다.

김씨처럼 주식이나 부동산 수익이 없이 근로소득에 의존하던 가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에 고스란히 노출된 반면, 주식 및 부동산을 보유한 가구는 넘치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자산 규모를 키우는 ‘K자 양극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17일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소득 하위 20%(소득 1분위) 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시기는 2분기로, 1년 전에 비해 월평균 근로소득은 18.0%, 사업소득은 15.9% 각각 줄었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소득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4.0%, 사업소득은 2.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상대적으로 약해진 3분기에도 소득 1분위의 근로소득은 10.7%, 사업소득은 8.1% 감소했다. 같은 기간 5분위의 근로소득은 0.6% 줄었을 뿐 사업소득은 오히려 5.4% 늘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 의존하는 고용취약계층일수록 타격이 컸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공적이전이 투입됐으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유례없는 규모의 유동성이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 흘러들면서 양극화를 더 키웠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직장 폐업이나 정리해고, 사업 부진 등으로 인한 ‘비자발적’ 실직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0년(186만명)과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이 있던 2009년(178만9000명) 상황보다 심각한 규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도 극명하다. 통계청의 제조업동향조사를 보면, 제조업생산지수의 경우 대기업은 지난해 2분기(-3.7%)를 제외한 1·3분기에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은 1~3분기 모두 감소했다. 서비스업생산지수도 같은 양상을 보였다. 대기업이라도 성장·수출 분야는 코로나19 피해로부터 회복세가 빠른 반면 소비·고용 부문은 더딘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한국 경제 전체의 ‘HRI 코로나 위기극복지수’는 79.3포인트였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해 11월을 기준으로 79.3%가 극복 또는 회복됐음을 의미한다. 연구원은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월 소매판매액지수와 수출출하지수, 취업자 수, 산업생산지수 등 자료를 100포인트(기준값)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시점(지난해 5월)을 ‘0’으로 각각 잡은 뒤 100포인트로 얼마나 돌아갔는지를 다시 계산해 ‘HRI 코로나 위기극복지수’를 도출했다.

17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연구원이 소비(내수), 수출, 고용, 산업생산 등 4개 부문 위기극복지수를 계산한 결과 수출 부문은 163.7포인트로 코로나19 이전보다 좋아졌다. 반면, 소비 부문은 74.1포인트였다. 특히 고용 부문은 25.5포인트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기 침체에도 주택가격과 주가가 치솟으면서 ‘있는 이’들과 ‘없는 이’들 간 자산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전국의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5.3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30.8%가 올랐다. 상승률만 놓고 보자면 증시가 우세하지만,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은 ‘판돈’이 큰 부동산이 훨씬 크다. 취약계층은 어려움이 가중되지만, 자산 규모가 클수록 넘치는 유동성의 혜택을 더 많이 보며 큰 수익을 챙긴 셈이다.

 

김준영·남혜정 기자, 세종=박영준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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