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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스텔스기 F-35, 중동 내 ‘친미 감별사’ 역할 맡나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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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31 09:00:00 수정 : 2020-10-31 10: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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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A 스텔스 전투기가 성능시험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적 레이더망을 회피해 표적을 정밀타격하는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가 중동에서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와 유럽에 록히드마틴이 만든 F-35를 적극적으로 판매해왔으나, 중동 국가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에 공급한 것이 전부였다. 이스라엘이 주변 국가들과 비교해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을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지난 8월 이스라엘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와 평화협정(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하면서 미국이 걸프 지역 아랍국가에 F-35를 비롯한 첨단 무기 판매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F-35를 확보하는 것이 중동 내 ‘친미 국가 인증’을 의미하는 시대가 가까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스라엘과 손잡았으니 F-35는 받아야”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한 UAE는 미국이 중동에서는 유일하게 이스라엘에만 판매한 F-35를 평화협정의 대가로 얻기를 기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외면했다는 이슬람권의 비판을 무릅쓰고 이스라엘과 손잡은 만큼 미국의 첨단 전략무기 F-35는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F-35를 UAE에 공급한다면 이란과 적대적인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 걸프 국가들도 F-35를 보유하게 되는 물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아랍국가에도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요구하는 만큼 수교의 대가로 UAE와 같은 수준의 이익을 제공해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중동국가 수뇌부들과 함께 평화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아랍국가들이 F-35를 확보하는 것은 중동 지역의 군사력 판도를 뒤흔드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군사력이 질적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아랍국가에 첨단무기 판매를 자제해왔다. 이스라엘은 F-35를 공급받았으나, 다른 아랍국가들은 전자장비 등이 개량된 F-15를 비싼 값에 들여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사우디 공군 F-15SA 전투기가 시험비행에 나서고 있다. 보잉 제공

F-15가 우수한 전투기지만 스텔스 성능은 떨어지는 만큼 이스라엘과의 군사력 격차는 뚜렷했다. F-15를 운용중인 사우디가 유럽 에어버스의 유로파이터를 도입한 것도 이같은 한계를 조금이나마 벗어나려는 시도였다. 사우디가 유럽산 무기 구매에 나서자 미국은 정밀유도무기 공급을 늘리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과 가까워지고 미국과의 관계를 더 강화하면 F-35를 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걸프 지역에서 가장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했지만 스텔스 전투기를 갖고 있지 못한 이란에 맞설 수 있는 비대칭무기를 손에 넣게 된다. 

 

미국은 중동 내 무기 판매 확대와 더불어 이란과 맞서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아랍국가들을 ‘친미’로 묶어둘 수 있다. 이스라엘도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보장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베니 간츠 국방장관이 최근 “"미국이 이스라엘의 군사적 능력을 높여주고 질적인 군사적 우위를 유지해 주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무기가 UAE에 판매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시험비행을 위해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 의회가 F-35의 중동 수출에 동의한다면 미국과 이스라엘, 친미 아랍국가들이 F-35를 통해 공동의 안보이익을 추구하는 구도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F-35를 공급해 중국, 러시아를 압박하는 것처럼 중동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이란을 포위하는 ‘스텔스 고리’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UAE를 비롯한 걸프 지역 국가들이 F-35 구매에 성공한다 해도 실제로 도입해서 전력화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군사적 효과는 크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2014년 9월 40대의 F-35A 도입을 승인한 한국은 현재까지 24대를 반입했으며, 내년까지 모두 전력화될 예정이다. 도입 승인에서 전력화까지 7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다만 미국이 주도하는 ‘스텔스 블록’에 참여한다는 정치적 의미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터키 등은 F-35 확보 어려울 듯

 

걸프 지역 아랍국가 모두가 F-35를 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동 내 대표적인 부국인 카타르는 F-35 구매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외신들은 카타르가 F-35를 구매하겠다는 뜻을 미국측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UAE에 F-35 판매를 고려하자 구매 의향을 전한 것이다. 

 

F-35A 스텔스 전투기들이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록히드마틴 공장에서 조립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카타르에는 중동 내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인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있다. 1만1000여 명의 미군이 상주하는 이 기지는 4.5㎞ 길이의 활주로를 갖고 있어 B-52H 전략폭격기, F-16 전투기, E-8C 지상 감시정찰기 등 120대의 항공기를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사우디에 있던 미군 합동항공작전센터도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중동 내 미군의 중추신경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슬람국가(IS) 격퇴전 등 중동 지역 작전을 지휘하는 사령부 역할도 맡았다. 

 

카타르는 2017년 F-15QA 36대를 120억 달러(12조8000억 원)에 구매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군사기지를 제공하면서 고가의 미국산 무기를 구매, 중동에서 친미 국가로 분류될만한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카타르의 F-35 도입은 UAE와 달리 이스라엘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카타르는 이스라엘 및 미국의 앙숙인 이란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이스라엘과 수시로 무력충돌을 빚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우호적이다. 

 

카타르에 있는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 전경. 중동 지역 미군의 핵심 기지다. 위키피디아

엘리 코헨 이스라엘 정보부 장관은 11일 이스라엘군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F-35 전투기를 카타르에 판매하는 것을 이스라엘이 반대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가 지역(중동)에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반대한다면 미국 내 정치권도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동 친미 진영의 핵심인 사우디는 카타르와 단교할 정도로 관계가 좋지 않다. 카타르의 F-35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카타르에 있는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 내 항공작전본부에서 미군과 동맹국 장교들이 공중작전을 통제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최근 미국의 강력한 반대를 무시하고 러시아산 S-400 지대공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터키는  F-35 공급망에서 배제된 상태다. 터키는 F-35 100대를 구매할 예정이었으나, 미국은 터키가 S-400 도입을 추진하자 “S-400에 연동된 네트워크를 통해 F-35의 기밀 정보가 러시아에 새어나갈 수 있다”며 우려했다.

 

그럼에도 터키가 S-400 도입을 강행하자 F-35의 터키 판매를 금지했다. 터키는 “미국이 이중잣대를 사용하고 있다”며 반발했지만, 미국은 군용 헬기 엔진 부품 등의 터키 수출 허가를 늦추는 등 압박의 고삐를 조이고 있어 터키가 향후에도 F-35를 도입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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