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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했던 삼성·현대차 25년 만에 사업협력 초읽기

입력 : 2020-10-29 06:00:00 수정 : 2020-10-28 22: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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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SDI, 현대차 전기차 플랫폼 3차분 응찰
1995년 삼성 차산업 진출하며 멀어져
삼성, 선대 악연으로 현대차 사업 외면
3차 발주분 1·2차 합친 것보다 금액 많아
李회장 빈소서 이재용·정의선 친근한 모습
현대차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6, 7, 5(왼쪽부터) 렌더링 이미지. 현대차 제공

국내 재계 1, 2위이자 ‘전차(電車)군단’으로 한국 제조업을 상징하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사업협력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1995년 삼성이 삼성자동차(현 르노삼성차)를 설립하고 자동차사업에 진출하면서 소원해진 양사가 25년 만에 부친 세대의 구원을 털어내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현대차가 지난달 말 발주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3차분에 응찰을 결정하고 관련 준비에 돌입했다.

세계 4위, 국내 2위 배터리 제조기업인 삼성SDI는 전 세계에서 발주되는 일정 규모 이상 프로젝트에는 대부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고객사도 18개사에 이른다. 굴지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회사들이 발주하는 배터리 물량의 품질과 규모를 맞춰낼 수 있는 제조사로는 LG화학, 삼성SDI, 중국 CATL 정도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계 5대 완성차그룹인 현대차그룹은 예외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프로젝트에 삼성SDI가 참여를 안 했던 것은 아니지만, 현대차든 삼성이든 서로 고려도 기대도 하지 못하는 단순 응찰이었다”고 전했다.

이번엔 분위기가 확연하게 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2파전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지만, 삼성SDI의 등장으로 구도가 달라졌다. 최근 현대차 코나EV 화재 사태로 현대차와 LG화학 간 관계가 전과 같지 않은 것도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며 “화재 이슈로 벌어진 틈을 삼성이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성SDI 측은 이에 대해 “개별 응찰 내역 등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E-GMP에 탑재할 배터리를 발주 중이다. 현대차는 새로 개발한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면서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 명칭을 붙인 아이오닉5(준중형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 아이오닉6(중형세단), 아이오닉7(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등 신차 3종을 내년부터 2024년까지 차례로 선보인다. E-GMP 1차 물량(아이오닉5, 10조원 규모 추정)은 SK이노베이션이 수주했고 2차 물량(아이오닉6, 16조원 〃)은 LG화학과 중국 CATL이 나눠 확보했다. 3차 발주액은 1, 2차 물량을 더한 것보다 많을 수 있다고 업계는 추정했다.

E-GMP를 기반으로 생산된 모델은 내년부터 출시된다. 지금은 기존 내연기관차 플랫폼에서 엔진 등 내연기관을 제거한 뒤 이 공간에 EV(전기차) 시스템을 채운 과도기적 모델이다.

앞으로 삼성과 현대차가 어떤 협력의 역사를 써낼지도 관심이다. 현대차는 2025년 친환경차 시장 단독 3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는 물론 수소전기차, PAV(개인비행체) 사업까지 준비 중이다. 나아가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자동차용 반도체, 5G 네트워크 기술, 전장 분야 등 협력의 여지가 어느 그룹보다도 크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도착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26일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서로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도 주목된다. 정 회장은 이 전 회장 빈소에 4대그룹 총수로는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영결식까지 참석했다. 이 부회장 역시 보란 듯 팰리세이드를 몰고 빈소에 도착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E-GMP 3차는 대형 SUV용”이라며 “이 부회장이 보이고자 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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