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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과 부동산대책의 공통점 [기자가만난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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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10 22:17:27 수정 : 2020-08-14 12: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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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이다. 유튜브에 소개된 맛집이 마침 집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갔다. 점심 때가 한참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줄이 제법 길었다. 그 많은 인파가 식당의 맛을 보장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하지만 차례를 기다리는 일은 금방 지루해졌다.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고,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가늠할 방법도 없었다. 지루함이 불안감으로 바뀌는 순간이 금세 왔다. 문득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일행과 하는 얘기를 듣게 됐다. 그는 어제도 여기서 한 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갑자기 주인이 ‘재고 소진’이라고 써붙이더니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편치 않은 마음으로 식당 입구를 계속 응시하다 보니, 처음에 보이지 않던 것도 눈에 들어왔다. 이따금 줄을 서지 않고 곧바로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신경 쓰였다. 대부분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번호표는 따로 없는지’ 등을 물으러 가는 경우였지만, 일부는 그대로 빈 좌석에 앉는 게 아닌가. 몇몇은 항의를 하려는 듯 씩씩대며 식당으로 들어갔고, 다른 한쪽에선 “식당 종업원들이 일을 제대로 안 한다”, “그게 아니라 새치기하는 시민 의식이 잘못됐다”면서 말다툼을 하는 소리까지 들렸다. 어느새 불안감은 분노로 바뀐 듯했다. 결국 어수선한 분위기를 뒤로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박세준 산업부 기자

굳이 음식도 못 먹고 돌아선 불쾌한 경험을 끄집어낸 데는 이유가 있다. 차례를 기다리며 설렜던 마음이 분노로 변해가는 일련의 과정이 요새 회자되는 부동산 문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는 사람의 ‘심리’다. 기다리면 차례가 올 것이라는 믿음은 시장을 안정시킨다. 반대로 언제 내 차례가 돌아올지 확신이 없다면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폭등을 부추긴 30·40세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 현상은 이런 불안감에서 시작됐다. 거기에 강남 부동산을 쥐고 놓지 않는 몇몇 정치인의 뉴스가 들려오면서 시장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다. 그 분노가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으로 표출된 셈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답도 ‘심리’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간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은 ‘앞으로 집 사기 어려워진다’는 인식을 부추겼다. 8·4 수도권 공급대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게 정부가 꾸준히 시장에 공급 메시지를 전달하면 인식을 바꿀 수 있다. ‘천천히 집을 사도 된다’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 젊은층이 ‘영끌(영혼을 끌어모은)’ 대출을 받아 주택 매매에 열을 올릴 필요도 없다.

몇년 전 단골이 된 다른 돈까스집은 매일 영업 시작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날 준비된 식재료 물량을 공지한다. 현장에서 번호표를 나눠주고 인기 메뉴는 수시로 남은 수량을 업데이트해주는 덕분에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친절해져야 한다. 부동산 정보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무주택자가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정부 정책에 신뢰를 갖고 장기적인 주택 마련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박세준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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