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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미국 하버드대 의대 아누팜 제나 교수팀은 “1722~2015년에 선거에서 승리한 17개국 지도자(대통령·총리) 279명과 낙선한 261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당선자의 평균 수명이 낙선자나 동년배 일반인보다 2년7개월이나 짧다는 수치가 나왔다”고 밝혔다. 조기 사망 위험도 낙선자에 비해 23%나 높았다. ‘국정을 운영하며 노심초사한 결과’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권좌에서 영광을 누리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재임기간 중에는 일반인보다 2배 이상 빨리 늙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 대통령은 8년 재임 중 800여 차례나 골프를 쳤다. 하루 18홀씩 라운딩을 했다면 골프장을 찾은 날이 2년을 훌쩍 넘었다는 얘기다. 백악관에 연습 그린을 만들어 놓았고, 집무실에서 8번 아이언으로 스윙 연습을 하면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여론이 좋지 않았으나 주치의의 생각은 달랐다. 주치의는 “골프라도 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스트레스로 우리에 갇힌 사자처럼 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미치광이를 돌봐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요한 일이 많은 사람일수록 휴식은 더 필요한 법이다. 격무에 시달리다 보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판단을 그르칠 수 있어서다. 과하다 싶을 정도도 휴가에 집착하는 외국 정상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우리나라에선 대통령의 경우 3∼4일 휴가가 고작이고, 그나마 생략하기 일쑤다. 평온한 시기여도 서구 정상처럼 몇 주씩 쉰다면 온갖 비난이 쏟아질 게다.

집중호우로 중부 지방에 많은 피해가 발생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주로 예정됐던 여름휴가 계획을 취소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휴가 취소다. 취임 당시 약속한 ‘연차 전부 소진’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이 된 지 오래다. 굵직굵직한 사건·사고가 많기도 했지만 국민 정서가 용납하지 않아서다. 쉴 때 쉬어야 건강도 유지되고 균형 잡힌 사고를 할 수 있다. ‘인간의 활동은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효율이 감소하고 더 나아가 역효과를 낸다’는 이른바 ‘일리히의 법칙’도 있지 않은가.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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