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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정의연·윤미향’ 사태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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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22 22:07:41 수정 : 2020-05-22 22: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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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달이 적은 금액이지만 여러 단체에 기부를 한다. 장애인들의 권익과 빈민 등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 소비자의 주권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와 국내외 결식아동을 돕는 구호단체 등이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모두 취재를 하러 갔다가 인연이 닿아 길게는 기부한 지 20년 가까이 된 곳도 있다. 우리 사회가 나아지도록 어려운 단체 살림에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곤 “취재에 도움 줘서 고맙다”는 인사만 하고 돌아서기 어려웠다. 내가 못하는 ‘좋은 일’을 열심히 해주는 게 고마워서라도 기꺼이 회원가입 신청서에 자동이체 계좌번호를 적고 서명했다. 그때마다 환하게 웃어주던 활동가들의 얼굴이 선하다.

주변을 둘러보면 시민사회단체에 성금 등 기부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신을 대신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앞장서는 단체와 활동가들을 믿고 조금이나마 성의를 보탠다. 그들이 단체 설립 취지에 맞게 보다 안정적으로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이들 단체에 얼마간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강은 사회2부 기자

물론 여기에는 기부금과 정부 보조금이 투명하고 꼼꼼하게 관리되면서 사업 목적에 맞게 잘 쓰일 것이라는 신뢰가 깔려 있다. 당연한 상식이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이 단체를 이끌었던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비례대표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에 노여워하는 시민이 많은 까닭이다. 정의연은 정부도 외면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고통과 전시 성폭력 범죄의 심각성 등을 국내외에 알리며 오랫동안 고군분투했다. 이를 알게 된 국민 대다수는 정의연의 노고에 경의와 박수를 보내며 그들의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자연스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잘 써달라는 정부 지원금과 기부금 규모도 커졌다. 그런데 다른 누구도 아니고 정의연과 함께 투쟁했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더는 못 참겠다”며 회계부정 의혹을 터뜨렸다. 이 단체에 기부했던 사람을 비롯해 국민 상당수가 어안이 벙벙했을 거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정의연과 윤 당선인, 민주당 등 여권의 태도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혹들에 대한 ‘결백 주장’을 입증할 근거는 내놓지 않은 채 느닷없이 친일·반인권 세력의 부당한 공격이라고 몰아세웠다. 심지어 윤 당선인은 나라를 둘로 갈라놓았던 ‘조국 사태’를 소환하고, 김두관·고민정 등 민주당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16명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윤미향 지키기’ 성명을 냈다.

상식적인 국민들에겐 정말 무례한 태도다. 위안부 피해자 인권 운동과 관련해 정의연과 윤 당선인의 대단한 성과와 별개로 운동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일이 터져 어찌 된 영문인지 묻는데 자꾸 엉뚱한 데로만 가고 있어서다.

결국 이번 사태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각종 의혹의 진위가 가려지겠지만 후유증이 깊고 오래갈 것이다. 기부에 대한 신뢰 기반을 흔들어 가뜩이나 취약한 기부문화에도 타격을 줄까 봐 걱정된다. 그야말로 엄중한 사태다. 하지만 정의연과 윤 당선인, 여권은 이념·진영·친일프레임으로 본질을 흐리고 책임을 모면하려 애쓰는 인상을 풍긴다. 더 이상 번지수를 잘못 짚지 않았으면 한다.

 

이강은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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