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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안 산불 1년… 봄은 왔지만 속끓는 이재민들

입력 : 2020-04-06 08:00:00 수정 : 2020-04-06 11: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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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 집 그대로… 화마의 흔적 여전 / 이재민 64% 임대·조립주택 생활 / 산림벌채도 36% 아직 대기상태 / 구상권 충돌… 보상금 지급도 안돼 / 비대위 “한전 사과?재협상 임하라” / 주민들 “빨리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1년전과 현재 지난해 4월6일 육군 장병들이 강원 인제군 남면의 한 야산에서 이틀전 난 산불의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왼쪽) 산불 발생 1년이 흐른 지난 4일 산불 피해로 벌채된 나무 주변에 진달래가 피어 있다. 인제=연합뉴스

강원 고성·속초 등 동해안 일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5일 화마가 휩쓸고 간 산불피해지역은 여전히 화마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많은 주민들은 철거조차 하지 못한 불탄 집을 쳐다보며 임시주거시설에서 살고 있다.

 

불에 시커멓게 타버린 소나무는 1년 동안 죽은 채로 벌채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나무 사이로 흙먼지만 날렸다.

 

산불피해 이재민들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는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며 동분서주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에는 여전히 화마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마을에는 불에 타버려 앙상한 뼈대만 남은 주택이 방치되고 있다. 주민들은 불 탄 집에 ‘정부와 한전은 현실을 직시하라.유가족은 분노하고 있다’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보상 등 조속한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또 큰길 옆 피해 주택에는 ‘나는 분노하고 있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어 주민들의 반발을 짐작할 수 있다.

3일 강원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에서 주민들이 벼농사를 위해 모판을 만들고 있다. 뉴스1

인근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에서는 영농철을 맞아 모판을 만드는 등 농사준비를 하고 있다. 주민들은 “산불이 발생하고 한 해가 지나갔지만 정상적인 생활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주변 산림은 불에 타 삭막하지만 하루빨리 1년 전 상태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4일 발생한 강원 동해안 산불로 주민 2명이 숨졌고 1명이 다쳤으며 658가구 1524명의 이재민이 생기는 피해를 입었다. 현재 피해주택 416채 가운데 96채만 복구를 완료했으며 141채는 복구 중이다. 나머지 179채는 복구가 지연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주택복구가 미뤄지면서 임시조립주택과 임대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이 430가구 982명에 이른다.

 

산림복구는 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피해지역 2581㏊가운데 1651㏊만 벌채를 마쳐 64% 정도 진행됐다. 강원도는 2022년까지 산림복구를 마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강원 동해안 산불 발생 일주년을 하루 앞둔 3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의 한 대로변에 불에 탄 나무와 건물이 방치돼 있다. 뉴스1

피해만큼이나 고성 속초지역 주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한국전력의 사과와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불 1년을 맞은 4일 산불피해 이재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한국전력에 사과와 재협상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산불이재민 단체인 4·4산불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한국전력 속초지사 앞에서 산불 발생 1주년 성명을 통해 “지난해 4월 4일 한전 전신주 개폐기에서 발화된 산불에 두 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의 재산이 한 줌의 재로 사라졌다”며 “그러나 한전은 1년이 지나도록 사망자에 대한 보상은 물론 이재민에 대한 보상도 구상권 틀에 가둬놓고 배상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한전은 사망자의 영혼과 유족 앞에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사죄하고 눈물로 1년을 보낸 이재민들에게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또 “한전은 이재민을 구상권의 볼모로 이용하지 말고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하라”며 “이재민들의 재협상 요구에도 임하라”고 촉구했다.

강원 동해안 산불 발생 일주년을 하루 앞둔 3일 강원 속초시 장사동의 이재민거주지에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이 남아있다. 뉴스1

산불 피해 보상과 관련,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는 지난해 말 한전의 최종 피해 보상 지급금을 한국손해사정사회가 산출한 손해사정 금액의 60(임야·분묘 40)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부와 강원도 등에서 이재민들에게 지급한 지원금에 대한 구상권 청구 문제가 불거지면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구상권을 행사할 경우 한전은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한 금액을 제외한 부분만 이재민들에게 보상금으로 지급하게 돼 결국 이재민들이 받는 금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산불피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산불피해 주민들은 특심위가 정한 손해사정 금액의 60(임야·분묘 40)도 피해에 비해 터무니없다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지난 1일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이재민 조립주택 단지를 찾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구상권 문제 해결을 촉구한 이재민들의 요구에 대해 “한전과 이재민, 정부와 고성군, 강원도가 다 지혜를 모아야 하고 이재민의 생각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장관이 모든 것을 결론 내는 것도 아니다”며 “법이 있고 원칙이 있다”고 이해를 구했다.

 

박연직 선임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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