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언제까지"…고심 깊은 정부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4-03 06:00:00 수정 : 2020-04-02 23:37:1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정부, 종료 시한 앞두고 ‘생활방역체계 전환’ 고심 거듭 / 중대본 “주말 전에 향후 방향 설명할 것” / 丁 총리 “현상태서 완화하면 다시 확산” / 시민들 장기 외출자제로 답답함 등 호소 / 과도한 집착·건강염려증·스트레스 증상 / 전문가 “확진자수 여전… 고삐 풀 때 아냐 / 효과 증대 위해 해외유입 원천 차단 절실”
지난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출입구에서 법원 관계자 등이 발열체크를 하기 위해 서로 거리를 둔 채 건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할 것인가, 멈출 것인가.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지난달 22일부터 2주간 권고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시한(5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민의 피로도는 높아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여전히 하루에 100명 안팎을 오가서다. 애초 정부는 5일까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해 확진자 증가세를 잡고, 이후에는 일상생활 속에서 방역하는 ‘생활방역 체계’로의 전환을 염두에 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추후 방향을 이번 주말 전에 밝히겠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기간 연장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가능하면 주말 전에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앞으로의 진행 방향에 대해 국민께 설명드리겠다”고 밝혔다. 김 총괄조정관은 “생활방역으로 이행하는 단계를 위해 일상생활에서의 쉽고 구체적인 지침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이런 지침은 실제 문화 혹은 관습으로 정착돼야 하므로 충분한 논의와 이해, 학습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는 한발 앞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기간 유지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대본 회의에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 의견수렴과 정부 내 논의를 거쳐 결정한 다음, 어떻게 지속해 나갈 것인지 국민에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일상복귀를 무한히 미룰 수도 없고 국민이 느끼는 피로도가 상당하다는 사실도 잘 안다”면서도 “전 세계적 확산세가 유례없이 가파르고 해외유입과 집단감염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것은 감염을 다시 확산시킬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총리 말대로 상당수 국민은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급기야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을 합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코로나 블루의 주요 증상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외출 자제로 인한 답답함, 코로나19 관련 뉴스에 대한 과도한 집착, 건강염려증,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완연한 봄날씨를 보인 지난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봄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더구나 일각에서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금이 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의 증가세가 예전만 못하자 시민들이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서다. 최근 완연한 봄 날씨에 꽃이 만발하자 봄나들이를 떠나는 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3월 넷째주 주말 이틀간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의 수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된 상황이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회사원 김모(33)씨는 “아이들이 하도 답답함을 호소해 지난 주말에 한강공원에 꽃구경을 다녀왔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 차단에 효과가 있는 것도 알지만 그 기간이 더 늘어날 것을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국내 확진자 증가세를 보면 아직 고삐를 풀 때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5일간 코로나 확진자 수를 보면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105명, 30일 78명, 31일 125명, 1일 101명, 2일 89명으로 100명을 오르내린다. 이런 상황에서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을 선언한다면 또다시 코로나19의 증가세가 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록 대구·경북의 코로나19 증가세가 잡히긴 했지만, 수도권은 여전히 그 불길이 꺼지지 않고 있다. 대형병원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데 방심하기엔 이르다”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국민께 ‘일상이 좀 불편한 게 낫냐, 다시금 확진자 증가세가 커지는 게 낫냐’고 물어보면 무엇을 택하겠는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현시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는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욱 효과를 보기 위해선 해외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등의 더욱 강력한 방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아무리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강력하게 권고하더라도 해외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를 통제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잠복기 등을 고려해서 특정 기간만이라도 해외유입을 차단해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