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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제거 중 바이올린 연주…英 병원의 획기적인 수술 [김동환의 월드줌人]

입력 : 2020-02-20 23:00:00 수정 : 2020-02-20 19: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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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교수 “우리 병원에서 처음 있는 일”…환자 “다시 연주할 수 있어 감사”

뇌종양 제거만큼이나 수술 후 왼손 기능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했다. 수술대에 오를 환자는 지난 40여년간 바이올린을 연주해왔으며, 머릿속에서 커지는 종양만큼 자신의 연주능력이 떨어질 것도 우려했다.

 

의료진은 수술 도중 의식을 깨어나게 한 뒤, 바이올린을 연주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환자에게 물었다. 뇌 손상 없이 무사히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한 병원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영국 런던의 킹스 칼리지 병원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뇌종양 제거 수술 중 바이올린을 연주한 타그마 터너(53)의 사연이 공개됐다. 2013년 연주 도중 쓰러진 그는 ‘신경교종’ 2기 진단을 받았으며, 종양 제거 수술 중 환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한 건 병원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국 CNN 영상 캡처

 

미국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런던의 킹스 칼리지 병원 의료진이 이날 뇌종양 제거 수술 중, 환자에게 직접 바이올린을 연주하게 했다.

 

수술대에 오른 다그마 터너(53)는 열 살 때 바이올린을 잡아 지난 40여년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살아왔다. 그는 2013년 연주 도중 갑자기 쓰러져 ‘신경교종(glioma)’ 2기 진단을 받았으며, 종양이 커지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연주능력이 떨어질까 우려한 탓에 섣불리 수술대에 오르지 못했다.

 

다그마의 오른쪽 전두엽에 자리한 종양은 왼손의 정교한 움직임을 담당하는 부분에서 불과 신용카드 한 장 두께 차이로 떨어져 있었다.

 

담당 의사이자 과거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던 애쉬칸 교수는 수술이 다그마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연구를 거듭했다. 수술에 앞서 애쉬칸 교수는 다그마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동안 뇌의 활성화 부분 등을 두 시간가량 주의 깊게 살펴보기도 했다.

 

애쉬칸 교수는 한 가지 획기적인 방법을 다그마에게 제안했다. 수술 도중, 그를 깨어나게 해서 바이올린 연주를 시켜본다는 거다. 뇌 기능 손상 없이 무사히 수술이 이뤄진다는 점을 다그마에게 보여주고픈 의도이기도 했다.

 

애쉬칸 교수는 다그마가 수술방법에 동의한 뒤, 마취 전문의 등으로 수술팀을 꾸렸다. 이들은 계획했던대로 수술 도중 다그마의 의식을 돌아오게 했으며, 제거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그에게 바이올린을 연주하게 했다.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애쉬칸 교수는 “우리 병원에서는 매년 400건 정도 뇌종양 제거 수술이 이뤄진다”며 “간혹 환자의 뇌 기능 시험을 위해 ‘언어 테스트’ 정도는 하지만, 바이올린을 켜게 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에게 바이올린 연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다”며 “종양의 90%를 무사히 제거했고, 환자의 뇌 기능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그마는 “바이올린은 내 인생의 전부”라며 “의사는 나를 잘 이해하고, 다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해줬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사흘 후 퇴원했으며,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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