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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中 허베이성 초미세먼지, 이틀 뒤 서울 농도의 59%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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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29 19:23:20 수정 : 2020-01-29 23: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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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지구의 미래] 서울대 허창회 교수팀,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 작년 1~3월 편서풍 타고 한반도 강습/ ‘고농도 미세먼지 중국서 유입’ 입증/ 발원 지역 특정 영향력까지 첫 규명/ 허베이성·산둥반도 기여도 특히 커/ 논문 심사 나선 中 학자들 반대에도/ 객관적 수치로 연구 뒷받침해 ‘통과’/ 국제협력 미적대는 중국 압박 기대
지난해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역대 최악의 기록을 세웠다. 서울은 지난해 3월1일부터 일주일간 초미세먼지(PM2.5) 측정 기준인 ‘매우 나쁨’(76㎍/㎥ 이상)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졌다. 특히 3월5일 서울의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35㎍/㎥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24시간 평균 권고기준(25㎍/㎥)의 5배 이상을 나타내며, 초미세먼지 관측을 시작한 2015년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11~15일에도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최대 129㎍/㎥에 육박하며 역대 두번째 나쁨 상태를 기록했다.

 

정부의 저감 정책으로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조금씩 낮아지고 있으나, 역설적이게도 고농도 미세먼지의 발생 빈도는 늘어났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대기질측정사이트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전국 초미세먼지 ‘고농도’(50㎍/㎥ 이상) 일수는 2017년 12일에서 2018년 18일, 지난해엔 16일로 집계됐다.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도 늘었지만 동시에 한번 찾아올 때 농도가 짙은 ‘강력한 미세먼지’가 더 자주 들이닥친다는 의미다.

 

◆“지난해 1월 한국 고농도 미세먼지는 중국 허베이와 산둥반도 영향 커… 지역별 현황 파악해야”

 

29일 서울대학교 허창회 교수(지구환경과학부)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 ‘중국의 대기 오염 물질이 한국의 기록적인 고농도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지난해 1월11~15일 국내에서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특히 중국의 어느 지역이 국내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준 것인지 유입된 경로 및 기여도를 특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논문은 국제 학술지 ‘대기환경’(Atmospheric Environment) 1월호에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동아시아 지역이 장기간 고기압권 영향에 접어들면서 대기 순환 정체로 인해 중국의 고농도 대기오염 물질이 며칠간 축적됐고, 이것이 편서풍을 타고 한국으로 유입됐다.

 

연구진은 서해상에 위치한 백령도와 소청초 해양과학기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를 시계열순으로 비교해 미세먼지가 국경을 넘어왔음을 입증했다. 백령도는 중국 산둥반도에서 동서쪽으로 약 180㎞ 떨어져 있고, 소청초는 인천 옹진군 소청도에서 남쪽으로 37㎞ 공해상에 있는 암초다. 소청초는 서해 맨 끝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반경 50㎞ 내에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산업시설이 없어 중국발 미세먼지를 관측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으로 꼽힌다.

 

이 두 관측소의 PM2.5 농도는 지난해 1월10일부터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해 13일에 정점(소청초 119.8㎍/㎥, 백령도 155.0㎍/㎥)을 찍고 15일 35㎍/㎥ 이하로 줄었다. 서울의 PM2.5 농도는 약 19시간 후인 1월14일 오후 정점(154.2㎍/㎥)에 달했다. 오염물질 증가 폭이 시차를 두고 비례했다는 점과 산업단지·차량·난방·화학반응에 의한 2차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인위적인 미세먼지가 백령도와 소청초 관측소에서 발견됐다는 점은 미세먼지가 국경을 넘어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대기오염을 예측하는 대기질 예보모델과 미세먼지 농도 기여도를 측정하는 ‘배출원 배분 기술’, 후방 역궤적 추적 방식 등으로 미세먼지의 출신과 한반도 기여도(영향)를 파악했다.

 

 

역궤적 분석 결과 미세먼지는 같은 달 11~14일 사이 옌타이, 칭다오, 웨이팡 등 산둥반도와 허베이성 등 중국 북동부 지역을 통과했다. 미세먼지가 통과한 15개 지점 관측소의 미세먼지 농도를 조사해 평균을 냈더니, 해당 지역의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월9일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서울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기 이틀 전인 12일 최대치를 경신했다. 11~14일 사이 허베이성 지역의 한반도에 대한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 기여도는 각각 44~54%, 49~59%에 달했다. 15일부터 발생한 국내 초미세먼지는 바람의 방향이 편서풍에서 북풍으로 바뀌면서 허베이성 영향력이 17%로 떨어지고 중국 북부 지역 기여도가 39%로 늘어난 사실도 관측됐다.

 

허 교수는 “국내 미세먼지가 중국 등 국외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은 앞선 연구에서도 많이 나온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지역이 국내 미세먼지에 영향을 주는지 파악해서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지난해 1월 같은 고농도 미세먼지 케이스를 모아서 근원 추적을 정밀하게 한 뒤 양국 협력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중국이 전체 차원에서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여도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지역 배출량이 그대로라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中, 한반도에 미세먼지 영향 준다는 사실 자체 인정하는 데도 오래 걸려

 

허 교수 연구진은 “해당 논문이 통과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논문 심사에 참가한 중국 학자들이 중국이 한반도 미세먼지에 큰 영향을 줬다는 연구 결과를 마냥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심지어 어떤 리뷰어는 분석에 사용된 모델 계산값이 담긴 파트를 통째로 빼 버리자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중국 학자들도 관측으로 나타난 객관적인 수치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1월20일 한국·중국·일본 3국이 공동으로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LTP) 요약보고서 발표에도 중국의 이의제기가 영향을 미쳤다. 2018년 보고서를 발간하기로 했으나, 중국 측에서 ‘보고서에 실린 중국의 자료가 오래된 데이터(2008∼2010년)라 연구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연기됐다. 2000년부터 실시한 국제공동연구는 3국 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 물질과 각국 배출 기여도 등 영향 분석을 최초로 공개하는 미세먼지 보고서였지만 결과에 아쉬운 점이 많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작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고농도 미세먼지 시기(12월에서 이듬해 3월)에 중국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월별 미세먼지 기여율이 공개되지 않았다. 또 한반도 전체가 아닌 서울·대전·부산 지역에 대한 결과만 공개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연평균 기여율은 32%로, 3국이 각자 조사과정을 통해 도출한 결과를 단순 취합해 산술평균한 값이다. 그간 국내 연구에서 국외 기여율을 최대 80% 이상으로 본 것과 온도 차가 컸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에 미세먼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 성과“라며 “향후 기여율 분석 계획은 없지만, 양국이 결과를 토대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 중국과 어떻게 협력하고 있을까. ‘한중 대기질 공동연구단’을 통해 각각 서울과 베이징에서 대기질 예보정보를 공유하고 주요 도시의 미세먼지 특성을 비교·분석한다. 또 ‘한중 공동 미세먼지 저감 환경기술 실증 협력사업’으로 국내 기술을 중국 현지에 적용해 중국 내 미세먼지 저감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협력 사업이 부진한 측면이 있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9월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서를 통해 “공동연구단은 당초 대기질 측정자료 공유도시를 한국 17개, 중국 74개로 확대하려고 했으나 중국의 부정적 입장으로 한중 대기질 예보정보 교류사업으로 전환해 추진 중이고, 환경기술 실증 협력사업도 2018년 기준 190억원(8건) 계약 체결로 축소되는 등 성과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순태 아주대 교수(환경안전공학과)는 “단번에 미세먼지 농도를 줄일 수 없는 만큼 국제적 협력을 통해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국민들이 미리 피할 수 있는 예보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강의 상류가 흐려지면 하류가 오염되듯 상류에 해당하는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부터 성분까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국내 영향 절반 넘는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중국이 원인이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환경당국 발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과 3월의 고농도 미세먼지는 중국 지역의 극심한 대기오염 물질이 북서풍을 타고 넘어왔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중국의 영향’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중국’이라는 ‘인근 지역 영향’ 외에도 ‘국내 대기 오염물질’과 ‘기상상황(대기순환)’이라는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만들어진다.

 

앞서 2018년 11월 3∼6일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의 주 요인은 국내 오염 물질의 축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중국, 북한 등 국외 요인은 18∼45%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고농도 미세먼지의 모든 원인을 중국으로 돌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궁극적으로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대 허창회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미세먼지도 해결되기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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