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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별동대 수사관' 파문 확산…"하명수사 증거" vs "별건수사 증거"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9-12-02 23:00:00 수정 : 2019-12-02 20: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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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관련 검찰 수사관, 소환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 / 이번 사건 검·경·정치권에 미치는 파장 상당할 듯…연말 정국 뒤흔드는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 / 한국당 "권력 핵심 연루된 범죄 아니라면 단순 참고인이 극단적인 선택할 이유 없다" 부정선거 의혹 제기 / 靑 "민정수석실이 법·원칙에 따라 업무 수행했을 뿐 '백원우 별동대'는 사실무근" 의혹 일축 / "안타까운 희생이 다시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모든 의혹 철저하게 규명해야"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출신 검찰 수사관이 소환을 앞두고 운명을 달리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물론 정확한 경위는 따져봐야 알겠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건 관계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되풀이된 것이어서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인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검찰 수사관 A씨는 청와대에 파견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밑에서 특별감찰반원으로 일했던 인물이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지방경찰청이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의혹을 수사할 때 청와대에 근무 중이었고, 수사가 진행 중이던 울산에도 직접 내려갔던 특감반원 2명 중 1명이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은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별동대'를 운영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에 나섰다. 당시 경찰 수사가 청와대 지시로 진행된 게 아니냐는 하명수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로서는 A씨가 핵심 조사 대상이었던 셈이다.

 

A씨의 사망으로 하명수사 의혹을 둘러싼 파장은 검찰과 경찰,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양상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는 연말 정국을 뒤흔드는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한국당은 권력 핵심이 연루된 범죄가 아니라면 단순 참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며 '부정선거'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을 뿐 '백원우 별동대'는 사실이 아니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A씨가 울산에 간 것도 '고래고기 사건'을 둘러싼 검·경 갈등 조정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확한 사실관계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며 안타까운 희생이 또다시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모든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휘하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고인이 검찰 조사를 받기 전에는 동료에게 왜 검찰이 자신을 부르는지 모른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청와대가 2일 밝혔다.

 

고인은 또 검찰조사를 받은 후에는 동료에게 "내가 힘들어 질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일인 것 같다"는 언급을 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여권에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고인을 압박해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고인의 발언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고인과 울산에 동행한 행정관 A 및 다른 행정관(행정관 B)에게 한 말을 공개했다.

 

서면브리핑에 따르면 고인은 울산지검에서 첫 조사를 받기 전날인 지난달 21일 청와대의 행정관 B에게 전화해 검찰이 "울산지검에서 오라고 한다.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우리는 울산에 고래고기 때문에 간 적밖에 없는데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고인은 약 한 시간 뒤 A 행정관에게 전화해 "솔직히 우리가 울산에 간 것이 언제인지 알고 싶어서 전화했다"며 울산 방문 시기를 물어왔다고 한다.

 

◆무리한 수사, 고인 압박…극단적인 선택의 원인이라고?

 

울산지검에 가기 전까지 조사를 받는 이유를 몰랐다는 설명인 셈이다.

 

검찰 조사 직후인 지난달 24일에는 고인은 울산에 동행한 행정관 A에게 전화해 "앞으로 내가 힘들어질 것 같다. 그런 부분은 내가 감당해야 할 것 같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고 대변인은 소개했다.

 

특히 고인은 A 행정관에게 "A 행정관과 상관없고, 제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일인 것 같다"는 언급을 했다고 고 대변인은 전했다.

 

이는 여권에서 제기되는 '별건수사', '강압수사' 의혹과도 연결 지어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여권소식통에 따르면 고인의 유서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가족을 배려해달라'고 당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검찰이 고인의 개인적 사안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전경. 이재문 기자

고인과 울산에 동행했던 A행정관이 밝힌 울산 방문 경위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소개했다.

 

A 행정관은 "울산 고래고기 사건으로 검찰과 경찰의 다툼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 상황에서 본인은 2018년 1월 11일 고인과 함께 KTX를 타고 울산에 가게 됐다"며 "이후 본인은 울산 경찰청에 있는 경찰대 동기 등을 만나 경찰 측 의견을 청취한 뒤 귀경했고, 고인은 울산지검으로 가서 의견을 청취하고 따로 귀경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다음날 오전 사무실에서 울산 방문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던 중,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이 울산 고래고기 사건 관련 대검 감찰단을 내려보내 수사 심의에 붙인다는 보도가 있어 보고서에 반영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고 대변인은 "고인이 울산에 내려간 것은 울산시장 사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말씀드린다. '울산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현장 대면청취 때문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에서 고인을 '백원우 첩보 문건 관여 검찰수사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특감반원'이라고 지칭하며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무엇을 근거로 고인을 이렇게 부르는지 묻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는 하명수사를 지시한 바 없다. 고인이 해당 문건과 관계돼 있는지도 아무것도 확인된 바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을 그렇게 지칭하는 것은 그 자체로 허위이자 왜곡이다. 고인의 명예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사실에 근거해 보도해달라"라고 당부했다.

 

◆靑 "하명수사 지시한 적 없다…고인의 명예 더이상 훼손하는 보도 말아달라"

 

여당은 2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휘하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에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해당 수사관을 대상으로 검찰의 무리한 '별건 수사'가 벌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며 의구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 수사관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지만, 별건 수사를 통해서 압박을 받았단 소문이 있다"며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도 "해당 수사관이 별건 수사를 받은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숨진 수사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앞으로 남긴 짧은 유서에 '면목이 없지만 우리 가족 배려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검찰의 전방위 압박이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심은 더욱 짙어지는 양상이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잇따라 열린 의원총회와 고위전략회의에서는 검찰 수사에 대한 당 차원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다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은 의총에서 "사실과 많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 당에서라도 정확하게 대응을 해줘야하는 것 아니냐", "검찰이 개인비리를 가지고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당에서 액션을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당 관계자도 "김기현 사건 자체가 이미 국정감사 때 제기됐던 문제이고 하명수사가 전혀 아닌데 사실과 다르게 보도되고 있어서 당이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가 고위전략회의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당 내부에서는 이 같은 검찰 수사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 통과를 좌초시키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정 의원은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나와 "한국당에 대한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 수사가 계속 늦어진다면 검찰도 한국당도 검찰개혁에 맞선 세력 간에 어떤 소통된 나름의 합의가 있는 국면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란 국민적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검찰은 지금 조여오고 있는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어떻게든 막아보기 위해 검찰 전체의 명운을 걸고 이 정권과 한판 해보겠다고 한다는 것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처음엔 曺 향한 수사였지만 檢 칼끝 어디로 향할지 몰라"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 흐름을 지켜볼 때 자칫 '권력형 게이트'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우려도 나온다.

 

한 의원은 "애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겨냥했던 수사였다"며 "지금은 어디까지 갈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정성호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관련 수사에 대해 "여당이 검찰을 탓하는 것이 창피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2014년 벌어진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사건이 떠오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시 문건 유출 당사자로 지목된 최모 경위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한 의원은 정윤회 문건 사건을 거론하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언제까지 이렇게 사람이 죽어나가야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A씨가 발견된 서울 서초동의 한 오피스텔 사무실. 뉴스1

이 사태를 해결할 책임은 결국 청와대에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의원은 "유재수 문제에 대한 판단은 당이 할 문제는 아니고 청와대가 내부 과정을 되짚어 보고, 조금 더 엄정하게 해야 했지 않느냐는 판단을 자체적으로 하고 그에 대해 국민에 해명하거나 사과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해당 의혹들에 대해 "레임덕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모든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검찰에 가서 사실을 인정했다고 하면 중요한 레임덕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2의 댓글 사건이 되는 것 같다"며 "국정원 댓글 사건도 사실상 정치 개입 내지 대통령 선거 개입을 했고 증폭이 돼서 커졌다"며 "이것 역시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될 청와대 사정기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이라고 볼 때 쉽게 간과될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靑 반부패비서관이 검찰에 가 사실 인정했다면 이는 레임덕의 시작"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은 "피의자도 아닌 참고인이 '극단적 선택까지 하면서 말할 수 없었던 진실'을 검찰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당 울산시당은 신권철 대변인 명의로 2일 내놓은 논평에서 "청와대 불법 선거 개입 정황에 대해 현명하신 울산시민이 판단하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변인은 "청와대와 울산경찰청이 합작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표적 수사, 선거 개입이 무려 지방선거 1년 전부터 치밀하고 은밀하게 진행되어 왔다는 정황들이 검찰수사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검찰 수사 칼끝이 정권 핵심을 가리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 수사관을 죽음으로 몰아간 이번 사건 윗선과 몸통을 반드시 밝혀내야만 한다"며 "정권의 부정과 비리를 덮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무고한 공무원과 국민이 희생되어야 하는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와 정치경찰 간 검은 커넥션과 모종의 거래를 밝히는 것이 이번 사건을 풀어내는 핵심"이라며 "울산시민이 나서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기를 문란케 한 이번 사건을 직접 판단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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