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심리 얼어붙어 빅테크주 하락
‘고공행진’ K반도체주 충격 불가피
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 우려가 커지면서 불장을 이어가던 국내 주식시장도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폭탄’ 발언으로 뉴욕 증시가 대폭 하락한 데 이어 주말 사이 가상자산 시장까지 흔들렸다.

1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가 각각 1.9%, 2.71% 하락했다. 종목별로는 엔비디아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4.85% 급락했고, 테슬라(-5.06%), 애플(-3.45%), 마이크로소프트(-2.19%) 등 빅테크 전반이 추락했다. 이날 하루 미국 7대 기술주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1101조원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와 추가 조치를 경고하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가상자산 시장도 흔들렸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6일 사상 최고가인 12만6000달러대에서 거래됐으나 11일 한때 11만달러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후 낙폭을 다소 줄이며 12일 오후 3시 기준 11만2000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더리움과 리플 등도 10일 이후 3∼10% 이상 빠졌다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미 증시가 급락하면 글로벌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약화해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외국인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기술주가 흔들리면 국내 반도체 ‘밸류 체인’ 주가도 동반 약세를 나타내게 된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는 추석 연휴 직후인 10일 처음으로 3600선을 돌파한 상태였다. 이후 재개되는 13일 국내 증시에 폭락한 미 증시 영향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총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단기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연휴 기간 미국 주식을 대거 매수한 ‘서학개미’도 타격을 받게 됐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3일부터 9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12억4200만달러(약 1조76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9월14∼18일·410만달러)보다 약 303배 증가한 수치다. 국내 증시가 장기간 휴장에 들어서자 투자 심리가 미국 증시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테슬라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ETF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로 1억5100만달러가 몰렸다.
이번 조정이 단기 변동성 구간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양국 경제 모두에 부담이 큰 만큼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협상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등이 변수로 남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해 주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 거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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