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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산후조리원 ‘2주 4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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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12 22:56:35 수정 : 2025-10-12 22:56:34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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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의 산후조리는 평생의 건강을 좌우한다. 소홀히 했다가는 관절통, 근육통, 우울감 등 다양한 질환의 산후풍(産後風)이 뒤따른다. 출산 후 임신 전 몸 상태로 돌아가는 데 6주에서 12주 정도 걸리는데, 이 기간을 산욕기(産褥期)라 부른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산후 ‘삼칠일’을 중요하게 여겼다. 3번의 7일을 의미하는 ‘세이레’라고도 하며, 아기 낳은 지 스무하룻날까지를 말한다. 갓난아기나 산모를 위해 대문 밖에 금줄을 치고 부정한 것이 들지 못하도록 했으며, 비리거나 자극적 음식 대신 흰밥과 미역국을 먹게 했다. 한기가 들지 못하도록 몸을 따뜻하게 하고, 찬 음식은 금했다.

과거 산후조리는 친정 또는 시어머니가 도맡았다. 시대가 변하며 산모 뒷바라지는 산후조리원의 몫이 됐다. 일정 기간 산모를 집중적으로 보살피는 산후조리원은 ‘sanhujori’라는 영어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한국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뉴욕타임스 기자가 얼굴·전신 마사지 등의 서비스를 제외하고 2주 비용이 800만원에 달하는 한국의 산후조리원 입소 경험담을 소개하는 기사까지 내보냈다. 산후조리원 동기끼리 뭉치는 젊은 엄마들이 늘어나 군대 동기보다 끈끈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문제는 비용과 지역 격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산후조리원 전국 평균 이용료(2주 기준)는 366만원이다. 2020년 274만원에서 5년 사이 33.6% 급등했다. 서울 강남 A 산후조리원의 특실은 무려 4020만원에 달했다. ‘음압 관찰실’ ‘음압 신생아실’ 등 각종 서비스를 요구하는 과도한 상술이다. 전북 군산의 120만원(일반실)과 무려 33배 차이가 난다고 하니 기절초풍할 일이다.

입이 딱 벌어지는 산후조리 비용은 출산율을 갉아먹는다. 6월 기준 전국의 공공산후조리원(평균 이용요금 174만원)은 21곳뿐이다. 전체 조리원 460개의 5%가 안 되다 보니 입소는 하늘의 별 따기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나이지리아 속담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많이 든다는 얘기다. 일부 산후조리원의 지나친 상술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과 공공산후조리원 확충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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