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명절 선물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영광굴비. 굴비는 전남 영광 법성포 앞바다에서 잡히는 참조기로 주로 만들어왔다. 하지만 참조기 어획량이 크게 줄면서 조기의 사촌 격인 중국산 '부세 굴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굴비의 본고장인 법성포에서도 조기 대신 부세 굴비 선물 세트를 선보이는 곳이 적지 않다.
우리가 즐겨 먹는 부세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조기와 같은 민어과다. 주둥이 끝이 약간 둥글고 몸이 통통할 뿐 조기와 매우 비슷하다. 선어(鮮魚) 상태일 때나 조금 말렸을 때는 맛이 조기보다 떨어진다. 하지만 2∼3개월 바람에 말리면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산이 늘어나고 응축해 조기보다 더 맛있다. 살집도 좋아 먹을 것도 많다. 특히 조기에 비해 가격이 최대 5배 가량 싸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산 조기는 온난화로 인한 수온 변화, 무차별적인 남획으로 인해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조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게 굴비인데, 조기만으론 굴비 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 그 빈자리를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높은 부세 굴비가 채워 가고 있다.
6일 수협에 따르면 전국 참조기 생산량은 2020년 4만1039t에서 지난해 1만7805t으로 급락했다. 영광수협 참조기 위판량도 2020년 1만602t에서 지난해 5126t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1㎏당 원물가는 최저 6570원에서 1만원대까지 올랐다. 5년 전 영광굴비 판매량의 47.8%를 차지했던 부세 점유율은 지난해 88.6%까지 급증했다. 머지않아 영광굴비를 조기 대신 부세로 만들게 되는 것이다.
법성포에서 굴비를 판매하는 A씨는 “부세 굴비가 기격도 저렴하고 살집도 풍부해 참조기 보다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영광군은 조기 양식화로 상품성을 높여 조기 굴비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영광군 관계자는 "참조기 산업화센터를 조성해 양식 조기 원가를 낮춰 조기 굴비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아직은 조기 양식에 부정적인데, 이제는 어민, 굴비 업체들도 함께 조기 양식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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