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서울의 한 중급지에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수한 직장인 김모(38)씨. 불과 1년 만에 시세가 5억 원 가까이 뛰면서 집값 상승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매입 당시 9억~10억 원대였던 아파트는 최근 14억~15억 원에 거래되며 그의 표정에 여유를 더하고 있다.

집값 폭등 국면에서 선제적으로 진입한 이들이 짭짤한 시세차익을 거두는 반면, 여전히 무주택자는 치솟는 매매가와 전세가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정부의 6·27 대책 이후 거래절벽을 겪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실거래 사례가 드물다 보니 일부 인기 지역 시세는 ‘호가’ 중심으로 급등하는 분위기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공인중개사 A씨는 “매수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라며 “추석 연휴 전후로 집을 보러 오는 30·40대 부부들이 많아졌고, 전세 매물이 귀해지면서 매매로 눈을 돌리는 수요도 늘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최근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면서 집주인들도 계좌번호를 주지않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0.12% 오르며 지난주(0.07%)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특히 서울은 0.27% 뛰어 전주(0.19%)보다 오름세가 한층 가팔라졌다. 성동구(0.78%), 마포구(0.69%), 광진구(0.65%), 용산구(0.47%) 등 강북 주요 지역이 큰 폭으로 올랐고, 송파구(0.49%), 강동구(0.49%), 양천구(0.39%) 등 강남권도 동반 상승하며 서울 전역이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KB부동산에 따르면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4억3000만 원으로, 전달보다 0.8% 상승했다. 특히 마포·성동·광진 등 도심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서 상승폭이 컸다.
문제는 무주택자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부동산 카페에는 “전세 만료가 다가오는데 집값이 너무 올라 매수 진입이 어렵다”는 글이 잇따른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올 7~8월 서울 아파트 신규 전세계약 건수는 전년 대비 30% 가까이 감소해 ‘전세 절벽’ 현상까지 겹쳤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소장은 “공급이 실제로 시장에 풀리기까지 최소 5년은 걸린다”며 “수요가 몰리는 서울 핵심지 중심으로는 상승 압력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해 과감히 매수에 나선 이들은 웃고, 여전히 ‘내 집 마련’을 망설이는 무주택자들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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