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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점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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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01 23:08:02 수정 : 2025-10-01 2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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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나 가게에 가면 늘 하는 고민이 하나 있다. 그것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 하는 것이다. 내가 공부한 프랑스에서는 ‘머씨으’나 ‘마담’이라고 부르면 된다. 나이가 아주 어려 보이고 미혼인 것처럼 보이면 ‘마드무와젤’이라고 하면 된다. 거기서는 호칭이 비교적 간단해서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보통 ‘사장님’, ‘아저씨’, ‘언니’ 등으로 부르거나 ‘여기요’, ‘저기요’ 등으로 부르는데 이 중에서 어떤 것으로 불러야 할지 판단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장님’은 너무 과장하는 것 같고, ‘아저씨’나 ‘아줌마’는 너무 무례한 것 같고, ‘언니’는 너무 가까운 것 같다. ‘여기요’, ‘저기요’라는 말은 본래 장소나 방향을 나타내는 말이라 뭔가 어색하다. 어떤 말을 써야 할지 모를 때는 손을 들어 점원을 부르기도 한다. 아무튼 한국에서 직원과 손님 간의 호칭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 조심스럽고, 잘못 불렀다가는 기분을 상하게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최근 국립국어원은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라는 자료를 통해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이 자료에 의하면, 식당이나 미용실 등 서비스 업종 직원을 부르는 말로 “여기요”, “저기요” 등이 보편적으로 쓰이는데, 이 말에는 직원과 손님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직접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장님’처럼 객관적으로 통용되는 호칭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중국에서 직원을 부를 때는 ‘덴위안’이라는 말을 쓴다. 이 말은 ‘점원’이라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보통 상대방을 부를 때 그의 직업명을 그대로 부르기 때문에, 식당에서는 “종업원”, 상점에서는 “점원”이라는 호칭을 많이 사용한다. 여성 점원은 ‘뉘 덴위안(女生店?)’이라고 부른다. 작은 개인 가게의 주인을 부를 때는 ‘라오반(老板)’이라는 말도 쓸 수 있다. 여기서 ‘라오’는 나이가 많거나 존경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접두사이고, ‘판’은 원래는 ‘널빤지’나 ‘판자’란 뜻이지만 여기선 ‘주인, 관리자’를 의미한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점원’이라고 부르는 데 익숙한 중국인은 한국에서 이 호칭 때문에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 인터넷에서 읽은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한 한국인이 중국인 친구와 쇼핑몰로 옷을 사러 갔다. 친구는 마음에 드는 옷 한 벌을 들고서 서툰 한국어지만 또박또박 “점원님, 이것 입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점원은 황당하고 불쾌해했다. 자신을 놀리거나 무시하는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이를 눈치챈 한국인 친구는 “제 친구의 한국어가 서툴러서요”라고 말하고 친구를 끌다시피 하고 황급히 상점을 빠져나왔다. 이에 대해 중국인 친구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내가 뭘 잘못 말했어? 난 특별히 ‘님’ 자까지 붙였는데”라며 따져 물었다. 한국인 친구 역시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내 친구가 대체 뭘 잘못했길래” 하는 생각에 한국어 사전에서 ‘판매원’이라는 단어를 찾아보았다. 거기에는 분명히 판매원을 ‘물건을 파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인 친구는 한국인의 호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오해나 갈등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인은 중국인 손님이 ‘점원(님)’, ‘종업원(님)’이라 부르더라도 중국에서는 그렇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불쾌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국인은 한국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않는 사실을 알고 ‘사장님’, ‘아저씨’, ‘저기요’ 등으로 불렀으면 좋겠다. 이렇게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주문할 때 상대방을 부르는 호칭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하니 상호문화적 만남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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