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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설탕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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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25 23:00:32 수정 : 2025-09-25 23:00:31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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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은 한 세기 전만 해도 귀한 존재였다. 11세기 아라비아 의학자 이븐시나는 “설탕이야말로 만병통치약”이라고 했고, 12세기 비잔틴제국 황실 의사는 설탕에 절인 장미꽃잎을 해열제로 처방했다. 조선 후기 음식 문헌인 ‘규합총서’에는 과일 화채나 후식에 현재의 설탕인 ‘사탕’(砂糖)을 넣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설탕은 중국에서 들어온 값비싼 수입품으로, 궁중 연회나 상류층 가정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1960∼70년대까지 설탕은 명절·집들이 선물의 단골 품목이었다.

하지만 비만·당뇨 등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국민 건강의 적으로 여겨졌다. 유발 하라리는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2012년 전 세계 사망자 수 5600만명 가운데 62만명이 폭력으로 죽은 반면 80만명은 자살했고 150만명은 당뇨병으로 죽었다”며 “설탕은 화약보다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설탕 과다사용세’(설탕세) 도입을 권고한 이래 영국, 프랑스 등 120여개 국가에서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다. 영국은 2018년 설탕세 도입 후 첨가당 음료 판매량이 33% 줄고, 당 함량도 46% 감소했다. 2015년 미국에서 처음 설탕세를 도입한 버클리시에선 탄산음료 판매가 10%가량 줄고 생수가 더 팔렸다.

우리나라에서도 설탕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제 국회에서 열린 ‘설탕세 토론회’에서 서울대 의대 윤영호 교수는 설탕세를 단순한 조세가 아닌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 사회적 책임세로 규정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국민의 식습관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 대안으로 설탕세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지난 3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9%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했다. 여론은 대체로 호의적인 듯하다.

그러나 식품·음료업계는 “일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온라인에선 “비만이 우려되면 튀김세, 탄수화물세도 매겨야 하는 것 아니냐” “결국 소비자 부담만 늘어날 것” 등 조세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논란이 적지 않은 만큼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해 보인다. 국민이 어느 편 손을 들어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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