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와우리] 북·중·러 3자 연대와 실용외교

관련이슈 세계와 우리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5-09-25 23:00:13 수정 : 2025-09-25 23:00:13

인쇄 메일 url 공유 - +

美 대항해 공동전선 형성 신호
셈법 복잡해 심화는 쉽지 않아
한·미동맹 동북아 전략 중심축
경제 넘어 안보적 전략 가져야

지난 3일 ‘항일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톈안먼 망루 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란히 섰다. 국내외 언론은 톈안먼 3국 정상 회동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북·중·러 3자 연대의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3자 회동은 미국에 대항해 북·중·러가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이다. 이후 열린 북·러, 북·중, 그리고 중·러 정상회담에서도 그러한 움직임이 확인되었다. 과연 북·중·러 3자 연대가 순항할 것인가. 각국의 입장을 들여다보면 서로 이해관계와 계산법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 3자 연대가 심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장덕준 국민대 명예교수 유라시아학

첫째, 북한의 최대 관심사는 대미 관계 개선이다.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경제제재를 풀고자 한다.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지만 북·중 사이에는 근본적인 불신이 깔려 있다. 최근 북·러 동맹조약에 따라 파병을 할 정도로 모스크바와 밀착하고 있는 평양이지만 기본적으로 양자 관계는 계약 동거에 가깝다.

둘째, 러시아는 지난 수십년간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유지해 오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러·우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러·우 전쟁의 마무리를 위해 푸틴은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러·우 전쟁 발발 이래 모스크바는 평양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해 왔으나 종전 또는 휴전 이후의 북·러 관계는 불확실하다.

셋째, 중국은 미·중 전략 경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에너지와 원자재 확보를 위해 러시아와의 연대를 원한다. 그리고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유지·확대하고 최근에 두드러진 북·러 밀착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의 주요 행위자인 중국은 서방과의 관계를 대북, 대러 관계 못지않게 중시한다.

따라서 북·중·러 3자 연대가 지속적으로 발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번 베이징 3자 회동과 연쇄적인 양자 정상회담이 가져올 파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은 북한은 미국과의 담판에 나설 공산이 크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김정은과 만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만약 미·북 양자 회담이 열린다면 북한은 이제 핵 군축을 요구할 것이다. 핵 보유는 인정받고 경제제재는 벗어나겠다는 말이다. 우리에겐 악몽 같은 시나리오이다.

그러한 상황에 대비해 우리는 한·미동맹을 통한 대북 억지력 확보가 워싱턴의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에 각인시켜야 한다. 또한 한국의 안보가 미국의 동북아 전략의 중심축이라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

최근 관세협상을 둘러싼 이견은 한·미 관계의 불안 요소로 등장했다. 지난 7월 30일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한·미 관세협상이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투자의 구성과 방식, 그리고 이윤 배분 방식, 미국산 농·축산물의 개방 범위 등을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이 여전히 크다.

일각에서는 협상 결렬을 무릅쓰고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한·미동맹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안보적 차원까지 고려해 차분하고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한편 한반도 주변 강대국 관계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예컨대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러 관계는 개선될 조짐이다. 한·러 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그만큼 중요해졌다. 대러 관계의 안정화를 통해 북한발 안보 리스크를 줄이고 한국 외교의 활동 공간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가 만만찮은 시험대에 섰다.

 

장덕준 국민대 명예교수 유라시아학


오피니언

포토

박규영 '사랑스러운 볼하트'
  • 박규영 '사랑스러운 볼하트'
  • 유진 '강렬한 눈빛'
  • 박보영 '뽀블리의 미소'
  • [포토] 고윤정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