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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 4.5일제 한다더니… 일·생활 균형예산 ‘반토막’

입력 : 2025-09-24 17:40:23 수정 : 2025-09-25 07:34:13
이지민·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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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수요 적어 집행부진 이유 들어
2025년 27억인데 2026년엔 14억만 편성

홍보 미비·수요예측 실패 여파
유연근무제 장려금은 10.2%
업무분담지원금 28.4% 깎여

‘4.5일제’ 시범사업 276억 편성
“기업 입장선 비용 부담 큰 상황
지원금이 유인책 될지 불투명”

‘주 4.5일제’를 국정과제로 정한 정부가 내년 일·생활 균형시스템 지원 예산을 절반가량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지원하는 예산도 20% 이상 삭감했다. 현장에서 수요가 미비하다는 게 이유인데 ‘주 4.5일제 지원’ 역시 같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4일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따르면 ‘일·생활 균형시스템 지원’ 예산은 14억원으로 올해(27억원) 대비 48.1% 삭감됐다. 이 사업은 유연 근무 확산을 취지로 재택·원격·선택근무·시차출퇴근에 대한 근태관리·정보보안 시스템 투자비를 지원해주는 내용이다.

 

올해까지는 인프라와 근태관리 지원을 나눠서 신청받았는데 내년부터는 통합해 시행한다. 예산 삭감에 따라 지원 목표 사업장은 850곳에서 200곳으로 급감했다.

 

일·가정 양립 환경개선 지원 안에 있는 또 다른 사업인 ‘유연 근무제 장려금 지원’ 예산도 내년에 106억원으로 편성돼 올해(118억원) 대비 10.2% 줄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장려하는 예산들도 줄줄이 삭감됐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30일 이상 부여한 사업주에게 근로자 1인당 월 30만원을 지원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은 내년에 443억원으로 올해(554억원) 대비 20.0% 감소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업무분담 지원금’도 352억원이 편성돼 올해(252억원) 대비 28.4% 급감했다. 노동부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상한액이 현재 월 220만원에서 내년에 250만원으로 오른다고 홍보했으나 본인 급여를 제외한 지원 예산은 줄어든 것이다.

 

노동부는 예산이 감액된 사업들 대부분 올해 집행이 부진한 배경이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지난해부터 시행된 ‘실근로시간 단축’ 사업은 올해 예산 108억원 중 지난달까지 18.5%(20억원)만 집행됐다. 이 사업은 내년부터 주 4.5일제 지원 시범사업으로 통폐합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은 지난달까지 절반 정도 소진됐고, 연말에는 20% 이상 불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무분담 지원금은 지난달까지 예산 소진액이 8.7%에 그친다. 이 때문에 노동부는 현재 월 20만원인 업무분담 지원금을 내년에 30인 미만 사업장은 60만원, 30인 이상은 40만원으로 상향하는 대신 지원 사업장 규모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홍보 미비와 수요 예측 실패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업무분담 지원금에 대해 “사업주 필요에 따라 업무분담자를 지정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예산이 과다하게 산정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당시 폭증했던 유연 근무 수요가 일부 빠진 것도 관련 장려금 사업에 영향을 줬다.

 

정부는 주 4.5일제 추진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시범사업에 276억원을 편성했다. 시범사업 대상은 직원 20∼300인 규모 사업장으로 19인 이하 사업장은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노동부는 20∼50인, 51∼300인 사업장을 구분해 부분도입(주 2시간 단축)과 완전도입(주 4.5일제 도입)으로 나눠 지원할 방침이다. 20∼50인은 인당 30만∼50만원, 51∼300인은 20만∼40만원이 지원되며 160개 사업체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취지와 비슷한 사업의 집행이 저조한 가운데 4.5일제 지원 사업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기업은 4.5일제 도입에 따른 효용 대비 비용이 크다고 판단할 것이고, 지원금은 큰 유인이 되지 못할 수 있다”며 “유연 근무제보다는 4.5일제 수요가 더 있을 수 있지만, 기대만큼의 정책 효과가 나올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 킥오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노동부는 일단 노사정이 참여하는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을 이날 출범시켰다.

 

전문가를 포함해 17명으로 구성된 추진단은 3개월간 주 4.5일제 도입 등을 논의하고, 연말에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을 발표한다. 목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실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874시간으로, OECD 평균(1742시간)보다 132시간 길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실노동시간 단축은 구조적 위기를 벗어나는 핵심 방안”이라고 말했다.

 

은행원 등이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며 26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용자 측은 주 4.5일제 도입에 대해 수개월 동안 책임 있는 답변이 없다”며 “금요일 오후가 여가로 채워지면 새로운 경제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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